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빌딩에서 긴급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벗어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청와대가 불필요한 적자 국채 발행을 지시했다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야권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을 위한 것”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신 전 사무관을 ‘공익 제보자’로 규정하고, 의혹 관련자를 모두 부르는 국회 청문회까지 언급하며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기재위 소집 요구에 대해 “정쟁의 장을 위한, 아무런 성과도 없을 상임위를 연초부터 열어 여야가 볼썽사납게 대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야권이 기재위를 비롯해 정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한 5개 상임위의 일괄 개최를 요구하는 데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여당은 설령 기재위를 열더라도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제기한 의혹을 다뤘던 최근 운영위원회처럼 “붙어볼 만하다”고 본다. 논란이 된 적자 국채가 실제 발행되지 않은데다, 정책 결정의 총괄 책임이 있는 청와대가 국채 발행과 관련해 기재부에 정무적 판단을 제시한 걸 두고 강압이나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성호 기재위원장(민주당)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설사 신 전 사무관의 말이 100% 맞더라도 제기된 논란은 정책 결정 과정에 있는 것이어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며 “여야 간사가 합의하면 기재위를 열 순 있겠지만 그럴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야당은 ‘공익 제보자 보호’ 프레임을 잡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1980년대 민주화운동 이후 최고의 양심선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30년 가까운 후배가 인생을 걸고 증언했는데 숨죽이고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증언’을 촉구했다.
아울러 청문회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신 전 사무관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증언해야 하는 분들이 모두 출석할 수 있도록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기재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도 “전·현직 장차관 등을 불러 청문회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몇몇 여당 의원이 신 전 사무관에 대해 추측성 비난을 하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2일 “신재민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이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계속 눈을 아래로 내리는 것을 보면 지은 죄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가 이날 삭제했다.
대표적 공익 제보자였던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원이 내부 고발자의 인격을 거론하는 것은 잠재적 내부 고발자들이 ‘나도 그렇게 당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 큰 문제”라며 “폭로 내용의 진실성과 공익 제보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차분하게 확인해야지 여야가 이렇게 정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송경화 김미나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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