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로 최근 숨진 하청업체 비정규직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왼쪽)씨가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의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김씨의 회사 동료 였던 이태성씨와 껴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용균아 다음에 엄마가 너한테 갈 때 조금 덜 미안할 거 같아. 아직 미안한 마음은 너무 많은데 그래도 엄마 조금이라도 봐줘.”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눈물을 삼키며 아들에게 이렇게 말을 전했다. 본회의장에서 산안법 통과 과정을 긴장된 눈빛으로 지켜보다 마침내 가결되자 김씨는 눈물을 흘리며 의장석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본회의 직후 김씨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포옹하며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머님이 오셔서 마지막까지 함께하셨기 때문에 법이 처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여야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산안법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김씨는 <한겨레>와 만나 “용균이가 남겨준 숙제 앞에서 이제 한 걸음 내디딘 것 같아요. 우리 아들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합의 소식을 들은 김씨는 “비록 아들은 (이 법의 보호를) 누리지 못하지만 아들한테 고개를 조금이라도 들 수 있는 면목이 생겨서 정말 고맙다”며, 아들을 향해 “너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고, 엄마가 가서 얘기해줄게”라고 말했다.
김씨는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산안법 개정안 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 24일과, 성탄절 뒤 회의가 열린 26일, 27일에도 꼬박 회의장 앞을 지켰다. 아들과 같은 희생이 또 있어선 안 된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용균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더 자세히 물어보고 위험한 현장에서 발을 빼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 죄의식과 미안함 때문에 산안법 개정안 통과에 절박하게 매달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아들딸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발걸음을 국회로 재촉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산안법 논의를 지켜본 과정은 김씨에게 피말리는 시간이었다. 김씨는 “(합의가) 될 것 같다가도 안 되는 분위기가 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조바심에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이날 아침에는 “그래 안 되면 될 때까지 또 나서면 되는 거니까 마음 굳게 먹자”고 마음을 다잡고 국회로 향했다고 한다. 결국 이날 저녁 김씨는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김용균법’이 제대로 처리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던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앞으로 김씨는 산업현장의 안전 확보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위해 아들이 생전에 참여했던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활동에 함께할 계획이다.
김규남 이정애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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