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11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된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로 나경원 의원(4선·서울 동작을)이 선출됐다. 자유한국당에서 여성 원내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중립파이지만 당내 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받은 그가 ‘비박계-복당파’인 김학용 후보와의 경쟁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당내 역학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나 신임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총 투표수 103표 중 68표를 얻어 당선됐다. 정책위의장에는 나 의원과 짝을 이룬 재선의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이 뽑혔다. 35표를 얻은 김학용-김종석(정책위의장) 후보보다 두배 가까이 표를 얻은 것이다.
지난 2016년 5월과 2017년 12월 원내대표 경선에 연이어 도전했다 실패했던 그는 이날 당선으로 ‘삼수생의 눈물’을 닦게 됐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막아내고 우리가 지켜야 될 가치를 같이 지켜가기 위해 하나로 뭉치자”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의 당선은 당내 친박계와 ‘중립지대’ 표심 공략에 성공한 덕으로 풀이된다. 여기엔 ‘복당파’가 당을 휘두르고 있다는 당내 반감과 피로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비롯해, 사무총장직까지 당내 요직을 복당파가 장악한 상황에서, 전임 원내대표인 김성태 의원에 이어 김학용 의원까지 원내대표직을 차지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컸다는 얘기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복당파들이 당 주도권을 잡고 전면에 나선 데 대한 불만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생각보다 표 차이가 컸던 것은 반복되는 계파 갈등에 염증을 느낀 초·재선 의원들 상당수가 중립을 표방한 나 의원에게 쏠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친박계, 잔류파가 더 많아 나 의원에게 유리한 선거였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나 원내대표의 압승으로 친박계-비박계의 ‘정면 대결’에서 친박계가 1차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내년 2월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를 겨냥했던 인적 쇄신 등 당내 혁신작업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친박계 입김이 보다 강해지면서 ‘보수 통합’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비박계 원내대표가 선출됐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탈당했던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합류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선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며 “당 대 당 통합이 일방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원하는 의원들과 함께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누구는 되고 안 되고가 아니라, 모두 문을 열어 받아들이겠다”며 통합 의지를 강조했다.
여야 갈등은 다소 완화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온건한 중립 성향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겠다”고 해온 나 원내대표인 만큼 여야 갈등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협상력을 높였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대여 투쟁과는 방식을 달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의 보수화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지난 원내 지도부가 수고했지만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법안인 근로시간 단축을 합의통과시키고 출산주도성장으로 복지포퓰리즘이 야기됐다”고 주장했다.
당면한 여야 현안인 선거구제 개편, 유치원 3법 등 현안에 대해서도 나 원내대표가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정치개혁특위 활동 시한을 연장하면서 천천히 논의하며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해 서두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치원 3법에 대해선 “토론을 거쳐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회 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해서 논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정유경 이경미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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