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 후 침묵을 지켜온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5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서 “한국의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정치적 소명”이라며 “그걸 위해 어떤 노력이든 희생이든 하겠다”고 향후 행보를 시사했다. 최근 보수 진영에서 끊이지 않고 불거지는 통합전당대회 등 ‘보수 대통합’에 대해서는 “반문(재인)이 보수 재건의 철학이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자유한국당이 여러 루트를 통해 저와 가까운 정치인을 보내 입당하라는 제안을 했지만,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들 간 통합보다 중요한 것은 보수에 등 돌린 분들의 지지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는 것”이라며 “그 길을 계속 고민하고 있고, 언젠가 결심이 굳어지면 국민께 당당히 말씀드리고 행동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6월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는 “같은 걱정을 하시는 분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 해보고 어떻게 보수를 재건할 수 있을지, 미래를 향한 합의가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입당하라는 이야기를 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중간에 사람을 보내는 것이 좋은 대화 방식이 아닌 것 같다. 입당 제안에 대해선 전혀 답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또 “이 정부의 잘못에 대해 야당이 힘을 합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반문이 보수의 철학이나 목표는 될 수 없다”며 “반문이란 것은 야당으로서 정부의 실정을 견제하고, 이를 위해 야당이 힘을 합치자 정도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더 중요한 보수의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바른미래당에 대해선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며 “건전한 중도 보수 정당이라는 첫 약속이 흔들린 것이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할 이유를 갉아먹고 있었다. 보수 재건에 대한 결심이 서면 당 안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유 의원은 이날 ‘시장, 국가 그리고 정치’란 주제로 2시간여 강의하면서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 등에 대해 제언했다. 학생 150여명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고, 곳곳에 유 의원의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유 의원은 강연 중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경제 침체 상황을 다시 뒤집어 일으킬 강력한 해법은 전혀 아니다”라며 “소득주도성장에 매달려 경제를 바꾸겠다고 거짓말 하지 말고, 정부와 여당이 감당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구체적 정책으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번 강연을 정치 활동 재개의 신호로 받아들여도 되겠냐는 기자들 질문에 “오래 전 (강연하겠다고) 약속했다가 공개적 활동을 자제하다 보니 학기 말로 몰려 약속을 지키는 차원”이라면서도 “경제와 안보는 제가 늘 걱정하는 분야이며, 국가적 현안에 대해선 필요할 때 의견을 내는 것이 도리”라고 답했다.
강연에는 유의동·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과 이지현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 권성주 전 대변인, 구상찬, 민현주 전 의원 등 유 전 대표 측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유 의원은 29일에 연세대, 다음 달 초 서울대에서 강연을 이어간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