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철도정책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요즘 ‘뜨거운’ 인물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국회에 나타났습니다. 국회도서관에서 열리는 ‘국회 철도정책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인데요. 이날 오후 1시50분 국회도서관 입구에는 카메라와 취재기자 30~40여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1시58분 이 지사가 입구에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 터졌습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경기도 철도정책에 관심이 많은가 보네요.”
하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혜경궁 김씨’로 불린 트위터 계정(@08__hkkim)의 소유자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 수사 발표에 대한 이 지사의 추가 발언이 있을까에 모아졌습니다. 기자들은 “지사님이 어떤 말을 할지 관심 많고, 당에서도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고, 이 지사는 “철도정책에 각별히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말을 돌렸습니다. 이어 “경찰이 정치했다고 하는데, 배후에 누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경찰이 정치를 했다는데) 그 정치의 주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지사는 아무런 말없이 지하 1층 행사장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1분가량 짧은 시간이었지만, 취재진이 이 지사를 둘러싸면서 잠시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취재진들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기다리고 있다.
‘미래철도 및 남북철도 인프라 구축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였지만, 정작 취재진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이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 의원들도 한 마디씩 농담을 건넸습니다.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이렇게 인기가 많나, 제가 이렇게 인기가 많나 했더니 이재명 지사가 인기가 많아서 언론이 이렇게 온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성호 위원장도 “오늘 세미나 어떻게 홍보해야 하나 했더니 이재명 지사가 와서 크게 세미나가 홍보될 거 같다”고 웃으며 “이 지사 관심 갖지 말고, 대한민국 철도발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지사도 이런 언론의 높은 관심을 모를 리 없었습니다. 이날 축사에서 “들어올 때 (기자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하기에 ‘경기도 철도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군요’라고 말해서 그렇게 홍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사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휴식시간에 잠깐 이 지사에게 “오늘 따로 입장을 밝힐 예정이냐”고 묻자 “별로 할 말이 없다. 뭣이 중헌디…”라고만 말했습니다. 이 지사는 1시간가량 국회에 머물렀지만 “탈당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는데 한 말씀만 해달라”는 얘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나 좀 많이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다. 국민들 삶 해치는 부정부패나 이런데 관심을 가져 주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철도정책 세미나‘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글·사진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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