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조혜진 보좌관
더불어민주당의 보좌진협의회(민보협)가 꾸려진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보좌관이 회장으로 당선됐다. 서영교 의원실의 조혜진(42) 보좌관이다. 조 보좌관은 지난 2003년 국회에 들어와 정범구·이기우·전현희·박완주·노웅래 의원과 함께 일한 16년차 베테랑이다.
민보협은 이날 총회를 열어 단독 출마한 조 보좌관을 회장으로 뽑았다. 조 보좌관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스스로를 ‘나대는 보좌관’이라고 소개하며 웃었다.
‘민보협’ 28년만에 첫 여성 회장 당선
2003년 정범구 의원실부터 16년차
4급 보좌관 중 여성은 7·5% 불과
“서영교 의원·후배들 격려에 용기” “협의회 운영진부터 여성 50%로”
연가·출산·육아휴직 보장도 추진 조 보좌관은 “그동안 민보협 회장에 나가는 사람은 보통 두 종류였다. 본인이 자진해서 하겠다는 쪽과 주변에 추천하는 쪽, 하지만 그중에 ‘여성’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었다. 여성 보좌관에게 ‘너 해보라’고 추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직접 나섰다”고 했다. 그동안 정치권은 남성 중심의 문화가 강했던 탓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었다. 그가 출마를 결심했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국회 보좌진 가운데 가장 높은 직급(4급)인 보좌관은 특히 여성에게 문턱이 높아, 7.5%로 턱없이 적다. 여성 보좌진 대부분이 8, 9급에 머물러 있고, 압도적인 남초집단인 국회의 특성상 성폭력·성차별 등 업무상 위력에 노출되어 있다. 조 보좌관은 “여성 보좌진을 챙겨주거나 끌어주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고, 그나마 ‘시혜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장에 출마하겠다고 하니까 선배 보좌관들은 응원해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노골적으로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쟤는 왜 저렇게 나대느냐’는 얘기를 대놓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나선 것은 ‘후배’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며 총 521명 보좌진의 추천을 받았다.
조 보좌관이 내세운 공약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보협 운영진의 여성 보좌진 참여율 50% 달성’이다. 첫 여성 회장으로서 여성들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조 보좌관은 “민보협 운영진이 40여명쯤인데, 20여명 정도는 꾸린 상태다. 50% 이상을 채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가 및 출산 및 육아휴직 보장도 약속했다. 조 보좌관은 “예전보다 출산이나 육아휴직을 쓰는 사례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태다. 우리도 당연히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의원들에게 ‘경고’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부에서 보좌진들이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할까 싶은 시각이 있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보좌진들이 함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만들어낸 것처럼, 희망을 얘기하면 그것이 현실로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상관인 서영교 의원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회장 출마 의사를 조심스럽게 꺼냈을 때 서 의원은 ‘잘 생각했다. 열심히 하라. 최초의 여장 회장으로 네가 잘해야 다음번에 후배들이 길이 생긴다’고 응원했다고 한다. 조 보좌관은 “돌아봤더니, 지금까지 좋은 의원님들만 만났던 거 같다. 박완주 의원은 포스터를 찍어서 보내주면서 응원을 해줬고, 노웅래 의원은 꽃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첫 여성회장으로서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다. 조 보좌관은 “최초의 여성회장이라는 무게만큼 100% 만족감을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며 ”누구나 쉽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고, 불만도 얘기하는 편안한 모임의 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나서면 나대는 게 아니라 당연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조 보좌관은 취임 직후 친한 보좌관이 건넨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혜진아, 이제 시작이야.”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국회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 첫 여성 회장에 뽑힌 조혜진 서영교 의원 보좌관.
2003년 정범구 의원실부터 16년차
4급 보좌관 중 여성은 7·5% 불과
“서영교 의원·후배들 격려에 용기” “협의회 운영진부터 여성 50%로”
연가·출산·육아휴직 보장도 추진 조 보좌관은 “그동안 민보협 회장에 나가는 사람은 보통 두 종류였다. 본인이 자진해서 하겠다는 쪽과 주변에 추천하는 쪽, 하지만 그중에 ‘여성’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었다. 여성 보좌관에게 ‘너 해보라’고 추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직접 나섰다”고 했다. 그동안 정치권은 남성 중심의 문화가 강했던 탓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었다. 그가 출마를 결심했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국회 보좌진 가운데 가장 높은 직급(4급)인 보좌관은 특히 여성에게 문턱이 높아, 7.5%로 턱없이 적다. 여성 보좌진 대부분이 8, 9급에 머물러 있고, 압도적인 남초집단인 국회의 특성상 성폭력·성차별 등 업무상 위력에 노출되어 있다. 조 보좌관은 “여성 보좌진을 챙겨주거나 끌어주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고, 그나마 ‘시혜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장에 출마하겠다고 하니까 선배 보좌관들은 응원해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노골적으로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쟤는 왜 저렇게 나대느냐’는 얘기를 대놓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나선 것은 ‘후배’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며 총 521명 보좌진의 추천을 받았다.
7일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조혜진 보좌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보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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