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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평·정, 방북 때 선거제 개편 합의…‘연동형 비례제’ 뜻 모아

등록 2018-10-01 21:23수정 2018-10-01 22:15

이해찬·정동영·이정미 3당 대표
개헌-선거제 분리 ‘투트랙’ 합의
정 “선거제 개편 심도 깊은 논의”
한국당 반대·의원수 진통 예상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가 1일 낮 국회 사랑재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가 1일 낮 국회 사랑재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연내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가운데,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여당 지도부가 ‘적극 호응’으로 돌아서면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21대 총선이 곧 다가오니 선거구나 의석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로는 개헌 문제를 다시 제기하기 어려워서 선거법이라도 따로 분리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당 대표가 개헌-선거제도 ‘분리 논의’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거법 개정 논의를 별도로 진행해 정국이 ‘개헌 블랙홀’에 빠지는 것을 막고, 선거법 개정만 따로 다뤄 ‘논의’의 틀을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주·평화·정의 3당 대표들은 앞서 지난 9월18~20일 남북정상회담 수행을 위한 방북길에서 큰 틀에서의 선거제도 개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평양에서 이해찬 대표, 이정미 대표와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평양 합의’라고 부를 만한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세 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분리 접근 △의원정수 확대 △연동형 비례제 중심의 개혁 등이다. 연동형 비례제는 민심을 국회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를 각각 진행해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배분하는 선거제도다. 여야 3당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의 주요 뼈대에 뜻을 같이하면서 선거법 개정 움직임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할 경우 비례 의석이 늘어나야 하는 만큼 현행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거나, 전체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 지역구 의석이 줄 경우 현역 의원들의 반대가 예상되고 전체 의석수를 늘릴 경우 국민 여론이 곱지 않을 걸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개혁 진영에선 ‘의원 세비 동결 등 특권 축소’로 명분을 만들어 전체 의석수를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20대 국회는 30년 만에 찾아온 선거제도 개혁의 골든타임이자 마지막 기회”라며 “의원 정수를 360석까지 확대하고 ‘반값 세비’를 해서라도 국민들께 이해를 구하자”고 주장했다.

선거제도 개편 내용과 관련해 민주·바른미래·평화·정의 등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의 의견이 달라 논의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 자체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시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도시지역은 한 지역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운영하고 농촌지역은 현행대로 1명을 뽑는 소선구제를 실시하는 제도다. 서울 등 도시지역에 기반한 민주당이 반기긴 어렵다. 이해찬 대표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도 현재의 ‘당론’은 아니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가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을 전제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제시했고 이에 대해 다수 의원이 공감대를 가졌던 것”이라며 “새로 시작하는 정개특위에서 개헌 논의 없이 선거구제 개편만을 논의한다면 다시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를 위한 의원수 확대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뜻과 반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당이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착수하더라도 실제 협상 테이블에선 각 당의 이해관계에 합의가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종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선거제도 개혁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민주평화당 지도부와 시민단체 ‘정치개혁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일 국회 의원회관 3층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동상황실을 마련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민주평화당 지도부와 시민단체 ‘정치개혁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일 국회 의원회관 3층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동상황실을 마련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온 시민사회는 연내 선거법 개정을 목표로 정치권 설득에 나선다. 비례민주주의연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꾸린 정치개혁공동행동은 평화당의 지원으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동상황실을 열었다. 이들은 수시로 의원실을 오가며 거대 양당을 압박하는 한편 서명운동 등 대국민 여론전을 펴나갈 계획이다.

엄지원 이정훈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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