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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상가임대차보호법 대가로 월 625만원 버는 건물주 세금 깎아준 국회

등록 2018-09-20 21:44수정 2018-09-21 10:59

상가임대차보호법과 묶여 일사천리로 개정
비용추계서 없이 상임위 소위 논의도 ‘패싱’
건물주에게 임대 수입의 5%까지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절차까지 어겨가면서 20일 통과됐다. 이를 두고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상임위 회의에서 “어떻게 날림, 졸속, 대행으로 처리하느냐”고 비판했다.

20일 밤 8시20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전날 저녁에 발의된 뒤 하루 만에 통과됐다. 개정안은 부동산임대업 수입이 연 7500만원 이하인 사업자에 대해 소득세 및 법인세를 5% 감면해주는 취지다. 다만,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에게 5년 이상으로 상가건물을 빌려주고 임대료 인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연 3% 이내)에서 할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물주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일부 의원들의 비판에도 하루 만에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여야 원내대표들이 민생·규제완화법률을 이날 본회의에서 일괄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함께 묶였다. 임차인 권한을 강화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요구에 건물주의 재산권 침해가 우려돼 이들에게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맞대응이 맞물려서다.

결국 함께 통과시키자는 당 지도부 결정에 그동안 지켜온 국회 절차는 무시됐고, 여야 의원 개인들의 의견은 묻혔다. 국회법(제79조의2)은 의원이 예산이나 기금과 관련된 법안을 발의할 경우, 법 개정에 따라 예상되는 비용에 관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서나 추계요구서를 함께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저녁에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추계서는커녕 추계요구서마저 생략됐다. 자유한국당은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에 대해 정부가 제출한 비용추계서가 부실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음날인 2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는 졸속일 수밖에 없었다. 상임위는 개정안에 담긴 조문을 꼼꼼히 살펴보는 축조심사는 커녕 소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이때문에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면서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드리지 못하고 긴급하게 개의하는 부분에 대해 양해드린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급박하게 이뤄진 것이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의는 구체적인 자료 없이 기획재정부 고형권 차관과 김병규 세제실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늘 회의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 국회 관행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치는 것으로 기록될 것인지 두렵다“며 “건물주에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지만, 밤에 입법 발의가 돼 당연히 비용추계서가 없어 따라서 상임위에 상정될 수 없는데도 편법으로 상정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필요하면 연말까지 논의해서 처리하면 될 일이지 ‘패키지 처리’라는 이유로 상임위에 상정될 수 없는 법안을 논의한 것은 정의롭지 않고 민주적인 절차에도 맞지 않다”고 밝힌 뒤 퇴장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이 법의 정확한 효과에 대한 예측, 기본적인 통계조차도 없는 상황에서 기재부 관계자들의 말만 듣고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기재위가 이렇게 운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자료가 부족하고 논의 과정이 짧아 이해가 힘들다는 의원도 있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졸속으로 올라오다보니 의사 일치를 보기 어렵다”며 “뭐가 합의사항인지 모르겠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원회)라는 것이 밀도있는 논의를 위해 만들었는데 추석 이후 논의하면 안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평상시라면 반대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였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하다보니 (자유한국당이) 건물주에게 혜택을 주자고 하니 ‘연좌제’가 돼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당이 추가로 요구해 억지로 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잘못됐고, 여야가 합의한 것”이라며 “(건물주의) 400여만원 납부세액 가운데 최대 24만원 감면받는 것은 실속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획재정위 전체회의는 1시간20분 간의 부실한 논의 끝에 위원회 대안으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국회 법사위에 회부했고, 이날 밤 8시20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개정을 마무리지었다. 기획재정부 고형권 차관은 세제 감면 혜택을 볼 임대사업자가 90만여명으로, 연간 세수 감소액은 21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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