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150건이 넘는 성희롱·성폭력 범죄가 있었고, 성희롱 가해자 중에 국회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2일 드러났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유승희)는 지난달 3~5일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실 근무 보좌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국회의원, 보좌진 등 총 2750여명 가운데 958명(34.8%)이 참여했다. 응답자 가운데 남성 응답율(522명·56.6%)이 여성(43.1%)보다 높았는데, 이는 국회의원과 남성 보좌진의 숫자가 여성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 뒤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된 계기로 이뤄졌다. 국회가 자체적으로 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 대한 연구는 박인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가 맡았다.
조사결과를 보면, 국회에서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적 있는 성폭력 범죄는 성희롱이 338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벼운 성추행(291명) △심한 성추행(146명) △스토킹(110명) △음란전화·문자·메일(106명) △강간미수(52명) △강간 및 유사강간(50명) 순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직접 피해를 당한 경우도 성희롱(66명)이 가장 많았고, △가벼운 성추행(61명) △음란전화·문자·메일(19명) △심한 성추행(13명), 스토킹(10명)이 뒤를 이었다. 강간·유사강간(2명)과 강간미수(1명) 피해 사례도 있었다.
가해자 중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됐다. 국회의원이 가해자가 된 사례들 가운데 성희롱(8명)이 가장 많았으며, 가벼운 성추행(2명)과 음란전화·문자·메일(1명)로 피해를 준 의원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익명으로 진행됐고, 위원회 쪽은 가해자가 누구인지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를 받더라도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극히 낮았다. 성폭력 피해를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86명(여성 85명)에 불과했다. 도움을 요청한 여성 가운데 절반 남짓(57.1%)만 “적절한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고, 나머지는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2차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응답자들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국회 대응 시스템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73.9%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으며, 특히 여성 응답자의 부정적 비율(85.1%)이 남성(76.1%)보다 높았다. 또 응답자의 71.1%가 지난 3년간 국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국회사무처 ‘성희롱 예방 및 처리지침’에 따라 국회 내에 ‘성희롱 고충 전담창구’가 있지만, 응답자 대다수(94.3%)가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들은 국회 내 성폭력범죄 해결의 책임이 주로 상급보좌관(378명)과 국회의원(316명)에게 있다고 답했다.
위원회는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의원실 폐쇄성과 의원 중심 서열문화 등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성인지교육’을 의무화해 이수율을 공개하는 한편 가해자를 강력히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유승희 위원장은 “여성보좌진협의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적극 대응하고, 상급 여성보좌관 확대, 여성보좌진 2명 이상 고용 의무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전담 기구 등을 (대책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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