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때리는 야권의 공격 전선이 “피감기관 황제 외유” 논란에서 “정치자금 땡처리 유용” 의혹으로 넓어지고 있다. 정의당도 김 원장을 ‘데스노트’에 올렸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설립한 ‘더미래연구소’에 매월 20만원씩 회비를 납입했고,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가던 2016년 5월19일에는 무려 5000만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한꺼번에 계좌이체하는 셀프 후원을 했다. 당시 ‘더좋은미래’ 사무실과 김 원장의 사무실은 모두 의원회관 902호였다”며 ‘902호 커넥션’을 주장했다. 또 “2016년 5월20일에는 보좌직원 6명의 퇴직금 명목으로 2200만원을 계좌이체했다. 정치자금으로 유럽행 ‘땡처리 외유’를 떠나면서 나머지 정치자금마저 ‘땡처리 나눠먹기’, ‘다단계 돈세탁’ 정황마저 의심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의원직에서 물러나는 김 원장이 보좌진 퇴직금을 돌려받았을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 원장의 밑바닥이 드러나면 (그가 몸담았던) 참여연대가 무너지고, 다시 참여연대가 장악한 청와대가 무너지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걱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데스노트’로 불리며 주요 공직후보자 낙마 기준이 된 정의당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추혜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적법한 출장”이었다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났다는 공개 선언이다. 이대로 논란이 지속되면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 원장 거취 문제가 임계점에 닿았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선 김 원장처럼 임기만료 한달 전에 2억원 가까운 돈이 남거나 거액을 본인 관련 단체에 재후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19대 비례대표였던 전직 의원은 “(김 원장은) 비례대표여서 지역구 관리를 하지 않아 후원금을 쓸 곳이 적다 보니 출장·후원 명목으로 막판에 뭉텅이로 지출한 것 같다”고 했다. 낙선 경험이 있는 한 재선 의원은 “낙선하면 보통 동료 의원들에게 몇백만원씩 품앗이 후원을 하는 식으로 남은 정치자금을 턴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공항공사를 통한 나홀로 출장과 보좌진 대동 출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김 원내대표가 국토부 산하 한국공항공사의 지원을 받아 보좌진과 함께 2015년 2월과 12월 미국과 캐나다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국토부와 공항공사 출장단에 포함됐거나, 국회사무처 경비를 통한 공무출장이었다”며 “전형적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김남일 송경화 김규남 기자 namfic@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