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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대통령 주도 개헌안 반발하던 야당, 협상 테이블로 ‘유턴’

등록 2018-03-27 05:00수정 2018-03-27 07:45

여야 3당, 4개 협상 합의

개헌시기 ‘6월 전 합의-6월 뒤 투표’
정세균 의장, 여야에 절충안 제시

권력구조 여당 ‘총리선출제’ 반대
국회의 견제권한 강화는 수용할 듯

선거제도 ‘연동형 비례’ 큰틀서 공감
권력기관 개혁 공수처 논의할 수도

쟁점들 간극 커 일괄타결 미지수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 둘째)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송부를 앞두고 만나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 둘째)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송부를 앞두고 만나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6일 “개헌 협상 시작”에 합의하면서, 국회 개헌안 마련을 위한 논의틀이 가동된다. 원내대표들이 협상 주체로 나서되, 필요하면 현재 운영되는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소속 각당 간사들이 합류한다. 여기에 향후 민주평화당·정의당이 공동 교섭단체를 출범시키면, 이들 원내대표가 추가 결합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당일, 여야가 ‘협상 시작’에 나선 것은 국회 주도 개헌을 주장하면서 협상 테이블도 없이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 주제로 정한 4가지 쟁점의 일괄 타결까지 난관이 적지 않다. 개헌 국민투표 시기, 권력구조(정부형태), 선거제도 개편, 권력기관 개혁 등 쟁점에서 여야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 개헌 국민투표 시기 민주당은 협상에서 ‘6·13 지방선거-개헌 동시 국민투표’부터 합의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 당시 모든 당이 동시 투표를 약속한데다, 지방선거와 함께 투표해야 개헌 국민투표율도 ‘과반 투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국회 협상 시한’을 정하기 위해서도, 동시 투표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민주당은 동시 투표를 위해선 국회 개헌안 발의를 ‘5월4일’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일괄 타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권 시간표를 따르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동시 투표에 반대하며, ‘6월 개헌안 여야 합의-지방선거 이후 국민투표’로 맞서고 있다. 두 당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정 의장이 제시한 차선책(지방선거 이전 개헌안 국회 합의-지방선거 이후 국민투표)이 절충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정 의장은 이날도 “지금부터 한 달 내로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내면 (개헌 국민투표) 시기는 조절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권력구조 국민투표 시기 조정이 가능하려면, 개헌 논의 최대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에서 매듭이 풀려야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지난 2월 개헌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 총리 선출제를 뜻하는 ‘분권 대통령제, 책임총리제’가 기본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은 ‘국회의 총리선출제 또는 국회 재적 5분의 3 이상 동의(현재는 과반 출석, 출석 과반 찬성)로 총리임명 요건 강화’를 요구한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국회의 ‘총리추천제’를 절충안으로 제시한다. 민주당은 국회의 총리추천·선출제가 사실상 의원내각제라며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 대신 국회에서 추천·선출한 총리가 내각을 지휘하는 실권을 갖는 데 대해 여론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민주당은 협상 막판에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를 강화해 분권 정신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야당과 접점을 모색할 수도 있다.

■ 선거제도 개편 선거제도 개편은 민심과 의석수를 맞추기 위한 정치개혁 과제인 동시에, 이번 협상에서 개헌 국민투표 시기 조정과 연결되는 문제다. 민주평화당·정의당이 자신들이 요구한 총리 추천제와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바꾸는 데 합의하면, 개헌 투표 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나머지 후보에게 찍은 표들이 무더기 ‘사표’(死票)가 되고, 거대 정당들이 정당 득표율보다 의석수를 더 가져가는 일들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소정당은 실제 의석수가 정당득표율에 이르지 못할 경우 부족한 의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방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해 문 대통령, 민주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이 동의하고 있고, 자유한국당도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폭 수용할 경우 이 제도를 원하는 평화당·정의당 등이 개헌 국민투표 시기를 늦추자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수준, 어떤 형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느냐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영남지역의 한 의원은 “국회의원 전체 정수를 늘리지 않고 지역구를 줄여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식이라면 의원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했다.

■ 권력기관 개혁 여야는 검찰이 독점하던 수사권과 기소권 등을 경찰과 어떻게 분배할지 등에 관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권력형 부패 사건 등을 다루는 독립적 수사 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여부 등도 개헌 협상과 함께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이번에 발의한 개헌안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는 등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을 건드렸다.

공수처 설치는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 방안이다. 민주당은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 설치를 요구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권력기관 개혁안을 다루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 결국 여야 원내지도부 차원의 ‘고공 협상’에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송호진 김남일 김규남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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