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
청와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며 국가정체성을 규정한 헌법 제1조에 이러한 ‘지방분권국가 선언’을 추가(3항 신설)하는 개헌안을 마련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그동안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의 부작용으로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피폐해진 현실을 깨고,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하는 게 최고의 국가발전 전략이라는 인식을 담은 것이다. ‘지방자치권의 실질적 보장, 지방분권, 균형발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이날 “‘지방소멸’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담가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방분권을 강조했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청와대는 기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울특별시 등 지방정부의 헌법상 용어가 ‘정부’가 아니라 ‘단체’에 불과해 용어를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 바 있다. 또 지방정부가 스스로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 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는 ‘자주 조직권’을 부여했다. 지금까지는 법률로 정했던 것을 상당 부분 지방정부의 권한으로 넘긴 것이다.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도 강화했다. 현행 헌법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정책을 시행하려해도 국가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조례 신설이 가능해, 상위법에 근거가 없으면 제도시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치입법권 강화와 관련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금까지는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만 자치권이 부여됐지만,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민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 사항은 법률에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해, 주민 기본권 침해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청와대는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자치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에 ‘우선적으로’ 행정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사무처리를 감당하지 못할 때 ‘보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도입해 ‘자치행정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정부의 주인인 주민의 참여를 강화하는 조항도 마련됐다. 지방정부 자치권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내용과 지방정부의 조직·운영에 대한 주민의 참여권을 명시했다. 또 법률로 규정돼 있는 주민발안제,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를 헌법에 담기로 했다.
중앙과 지방의 소통강화를 위해 ‘국가자치분권회의’도 도입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국가자치분권회의는 ‘제2의 국무회의’로 국무회의와 같은 위상”이라며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이고, 의장은 대통령이 부의장은 국무총리가 맡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같은 지방분권 내용들이 개헌 공포일부터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개헌안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선출되는 지방정부와 함께 시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6·13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청와대가 이번 지방선거 직후부터 지방분권 강화 방안들을 곧바로 적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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