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의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현안을 논의하기위해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19일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현안보고’ 답변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느냐”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에 “국제기준인 ‘동의가 있었냐 없었냐’를 잣대로 강간 기준을 폭넓게 봐야 한다고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법무부 장관과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했다”며 “여가부는 적극적으로 이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폭행 또는 협박’이 없으면 강간죄로 인정받지 못하는 반면, 영국·캐나다·독일 등에서는 ‘당사자 간 동의’가 없으면 강간죄로 인정받는데, 우리도 이처럼 폭넓은 기준으로 강간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정 장관은 그러나 “안 전 지사의 경우는 수사중이어서 (강간죄가 성립하는지) 거기에 대답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미투 운동에 대해 여가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형법은 국가 기본법이기 때문에 법무부가 반대하면 (개정이) 어렵다. (정 장관의) 소신이나 열정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저희가 어떻게 믿고 기다리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인숙 의원도 “미투운동은 여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무부, 고용부, 교육부 등 다 아우르는 문제라서 싸워서 예산도 얻고 법도 고치고 해야 하는데 사건이 터졌을 때 여가부는 목소리도 없고 얼굴도 안 보였다”고 쏘아붙였다. 여당인 민주당 박경미 의원도 “(여가부가) 소극적 면모만 보여서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저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며 “여가부가 운전자가 되어 법무부, 기획재정부 등과의 협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원들의 지적에 정 장관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관련 법률 개정이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장관직을 걸고 하겠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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