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두 번째 피해자 대리인 오선희(왼쪽), 신윤경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뒤 청사 앞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성희롱·성차별 금지 적용 범위를 확대해 ‘성희롱 피해 사각지대’를 없애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성희롱 금지·구제 적용 대상을 공공기관이나 사업장으로 제한하지 않고 폭넓게 넓힘으로써, 최근 ‘미투운동’ 고발자들인 문화예술인을 포함해 자유업종(프리랜서), 협회 소속 회원 등 ‘입법 외곽’에 있던 이들까지 포괄하려는 것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자,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티에프(TF)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14일 이런 내용의 ‘성별에 의한 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전날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기존 법안을 고친 개정안이 아니라, 새로 만든 제정법이다.
그간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은 ‘양성평등기본법’이, 민간사업장(기업체 등)의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각각 금지규정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사업장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성희롱을 명확히 금지한 포괄법이 없어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구제가 어려웠다.
따라서 이번 법안은 ‘성희롱 금지 대상’을 공공기관·사업장에 속한 이들로 제한하지 않고, “누구든지 성희롱을 하여서는 안 된다”(제14조)고 폭넓게 규정했다. 또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 결정 이전에라도, 성희롱 근거가 있으면 고충처리기구 구성, 가해자·피해자 분리, 피해자 신원·피해 내용 비밀엄수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임시 조처를 의무화했다. 특히 성희롱·성차별을 주장하는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가하는 처벌 내용을 담았다.
또 모집·채용, 임금, 근로조건, 정년·퇴직·징계·해고, 교육, 사회보장, 행정·사법절차, 서비스 제공, 신문기사·광고·방송콘텐츠 제작 및 공급과 관련한 성차별도 금지했다. 성차별·성희롱 피해자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단체)이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 내용을 진정할 수 있게 했고, 만약 성희롱 행위 등에 대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해당 기관(책임자) 등에게 여성가족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성희롱 금지 적용 범위를 넓힌 이 법안은, 일상에서 성희롱을 당할 경우 그간 민사소송 등에 기댔던 일반인들이 가해자를 상대로 고소할 수 있는 확실한 법적 근거가 되는 의미가 있다. 또 성희롱 행위자 징계 결정 이전에 피해자를 위한 임시 조처를 규정한 것도 다른 법과 차이가 있다. 남 의원은 “미투운동에서 보듯 피해자를 배제·차별하는 식으로 회귀할 위험이 있다. 이 법에 대한 신속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 간 법안 심사에서 이 법이 기관·사업장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에 대한 구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외에 바른미래당도 권력형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포함한 미투운동 관련 법안 10건을 발의했다.
송호진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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