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가운데)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위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연합뉴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헌법자문특위)가 정부 형태를 대통령 4년 연임제로 전환하고,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의 독립기구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헌법자문안’을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헌법자문특위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주권 실질화 △기본권 강화 △자치분권 강화 △권력 구조에서 견제와 균형 강화 △인간다운 삶을 위한 민생개헌 등 5대 원칙 아래 이러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헌법자문특위는 개헌 논의의 최대 쟁점이었던 권력 구조(정부 형태)와 관련해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단일안으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4년 연임제’가 채택되면, 대통령 임기는 4년으로 바뀌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된다. 최대 임기가 8년이 되는 셈이다. ‘4년 연임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자문특위는 대통령 선출 제도로 ‘결선투표제’를 채택했고, 정치권과 학계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분산과 협치 방안으로 논의했던 대통령 소속 감사원의 독립기구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제한 등도 자문안에 포함시켰다.
다만,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선출)과 장관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제,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임명권 등은 복수안으로 보고돼 문 대통령의 결단 영역으로 남게 됐다. 김종철 헌법자문특위 부위원장은 “총리 인선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동의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안이 유력하지만 (국회의 총리 추천을 포함해) 국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데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분들을 존중해 복수안을 냈다”고 말했다.
기본권 가운데 노동권과 관련해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명시를 비롯해,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변경하고, 공무원 노동 3권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정보기본권, 알권리 조항을 신설하고, 직접민주주의 참여 강화를 위해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국민재판참여 권리도 추가했다. 현행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수도 조항은 법률로 수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헌법 1장 총강에 포함하기로 했다. 새 헌법에 수도 조항이 명시되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효력을 잃게 된다.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 관련 내용도 강화된다. 김 부위원장은 “경제민주화는 현행 헌법 119조 2항이 모호해, (이를 바탕으로) 입법과 판례에 반영하는 한계가 있다. 이를 분명히 하는 2가지 안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토지공개념에 대해서 김 부위원장은 “현행 122조를 좀더 구체화해 국가의 특별한 토지재산권에 대한 의무 부과나 권리 제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다만 국가 권력의 오남용으로 인해 재산권의 과도한 규제까지 나아가게 되는 부분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초안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자문안을 드렸다”고 밝혔다.
헌법자문특위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등이 꾸준히 요구했던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강화 원칙도 개헌 초안에 담았다. 이외에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을 명시하기로 했고,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강화, 소상공인 보호·지원과 소비자 권리 보호도 개헌 초안에 명시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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