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날 7일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회동에서 ‘#미투 운동’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여야 대표를 향해 “농담따먹기식 발언으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 것에 대해 5당 대표는 사과해야 할 것이다”고 8일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운동 진정성 폄훼한 5당 대표 오찬’이라는 글을 올리고 전날 청와대 오찬 회동에 앞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제외한 4당 대표가 나눈 이야기를 언급했다.
나 의원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오찬 사전환담에서 미투 운동을 주제로 오갔다는 이야기가 참으로 가관이다”며 “‘여성들과 악수 잘 안 한다며’며 미투 운동을 희화화하는 듯한 농담, 여기에 누군가는 ‘나는 당당하다’며 선을 긋고, ‘남자들 당당한 사람 없을 거다’, ‘발 뻗고 잘 수 있는 건 여자들’이라는 남녀 편가르기식 발언들도 이어졌다고 한다”고 썼다.
이는 전날 청와대 오찬이 열리기 전 홍준표 대표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의혹에 대해 “임종석 실장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언하고, 다시 “안희정 꺼 보니까 진짜 무섭다”고 하면서 4당 대표 사이에 벌어진 대화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을걸”이라고 말했고, 이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아니 그렇게 얘기하시면 저는 당당하다. 1월25일부터 당당하다고 말해왔다”고 받았다. 이에 추 대표는 ““유승민 대표님은 빼드린다. 사모님이 저랑 경북여고 동창이라서…”라고 농담조의 말을 건넸고,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어쨌든 지금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은 여자들이다”고 말했다. 이날 홍 대표는 “여성들과 악수 잘 안 한다”며 ‘#미투 운동’을 희화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다음과 같이 ‘미투 운동’의 본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남녀 가르기’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투운동은 단순히 여성피해자의 남성가해자에 대한 폭로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피해가 몸담고 있는 업무 공간에서 상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터에, 단순히 본인의 문제를 넘어 해당 조직에서 고락을 함께했던 동료 선후배들과의 관계까지 엮여있게 마련이다. 용기있게 피해사실을 공개하고, 가해자가 응당의 댓가를 치룬들 피해자의 마음이 마냥 편할까. 이런 양가적인 감정 때문에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용기를 냈던들 내부의 또다른 권력관계에 의해 묻히기 일쑤다. 이를 방조하고, 적극적으로 같이 나서주지 못했던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다. 남성, 여성을 떠나 사회 곳곳에 켜켜이 박혀 있는, 일상처럼 되풀이 되고 있는 수많은 순간에서 ‘나는 당당하게 나섰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남녀 편가르기, 이념 편가르기를 넘어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풀어나가야 하는 엄중한 과제이다. 또한 우리 모두가 어느 순간에는 피해자였고, 넓은 범위에서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내 일처럼 다가가야 하는 일이다.
나 의원은 “정치권이, 국회가 마땅히 시작했어야 하는 일을 힘없는 피해자들의 목소리 덕분에 여기까지라도 왔다. 여기에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진 못할망정 농담 따먹기식 발언으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 것에 대해 5당 대표는 사과해야 할 것이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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