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봉주 전 의원의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이 돌연 연기되자 캠프관계자가 단상을 치우고 있다. 정 전 의원 쪽은 이날 오전 보도된 성추행 의혹 보도와 관련해 입장 정리 시간이 필요해 기자회견을 연기했다고 밝혔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정봉주 전 의원이 과거 강연에서 만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7일 제기됐다. 이날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계획했던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돌연 일정을 취소한 채 잠적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정 전 의원까지 성폭력 의혹에 휘말리자 여의도 정치권은 숨죽인 채 또다른 ‘미투’(Me Too) 폭로가 누구를 향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은 이날 “현직 기자인 ㄱ씨가 대학생 시절 2011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애청자로 정 전 의원을 만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이 ㄱ씨에게 수시로 연락했고, 이를 부담스럽게 느낀 ㄱ씨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 ㄱ씨의 친구들에게도 연락했다. ㄱ씨의 친구에게 ㄱ씨 등의 외모를 품평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또 정 전 의원이 비비케이(BBK) 의혹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형이 확정된 뒤 “‘한 번만 얼굴을 보고 싶다’며 ㄱ씨와 만나 입맞춤을 시도하는 등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동교동 경의선숲길 공원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려 했지만, 약속시간을 5분여 앞두고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출마선언을 연기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올해 초 사면복권된 뒤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한 정 전 의원의 복당심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15일 예정된 복당심사를 통과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겨레>는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정 전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이 폭로된 뒤 여의도에는 “다음 폭로는 ○○○”라는 식의 소문이 나돌고, 국회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도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고발글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직원으로 보이는 한 작성자는 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 의원님”을 특정해 “제가 딸 같다며 며느리 삼고 싶다던 의원님, 따님분들 앞에서도 제 앞에서 그랬듯 바지를 내리시는지요”라며 성폭력 피해를 암시했다.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 움직임에 정치권은 잔뜩 웅크린 분위기다. ‘안희정·정봉주 폭탄’을 맞은 민주당의 긴장감은 더 크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지방선거에 끼칠 영향을 떠나, 나 자신은 혹여나 말 한마디라도 잘못한 일이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또다른 한 초선의원(여성)은 “미투 움직임이 처음 시작될 때 ‘우리 내부부터 자성하자’고 말했지만 그런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했는데 그때 더 강하게 의견을 낼걸 하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