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에서 네번째)와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다섯번째) 등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열린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에서 예비역 군인 등과 함께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자유한국당이 26일 ‘김영철 방남’을 이유로 국회를 비우고 나흘 연속 장외 투쟁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은 이날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전범인 김영철을 환대하는 친북 정권, 문재인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며 ‘체제 전쟁’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반면 새누리당 때인 2014년 10월 김영철 당시 남북 군사회담 북쪽 대표와의 판문점 회담 뒤 “갈등과 오해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환영했던 사실을 두고는 “군사회담에서 적군끼리 만나는 건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하면 대화, 남이 하면 종북’이라는 자유한국당식 여의도 정치를 택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소속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당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영철 방남 규탄집회’를 열었다. 23일 청와대 앞 항의 기자회견, 24~25일 통일대교 점거 시위 때보다 규모가 커진 도심 집회다.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가 아닌) 국군 뒤통수를 치는 ‘국군 뒤통수권자’라고 한다”며 “청와대 주사파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냐,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김정은의 친구냐”고 소리쳤다.
‘홍준표 사당화’ 논란 속에 사분오열하던 자유한국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남을 계기로 일단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친홍계와 복당파가 손잡은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사사건건 충돌하던 옛 친박계와 중진의원들도 집회에 참석해 홍 대표 곁에 섰다. 홍 대표로서는 정치적 생명이 걸린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쪼개진 당내 리더십을 봉합하는 한편, 등을 돌렸던 보수층 지지도 일정 부분 회복하는 계기로 한껏 활용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의 이중적 태도도 거듭 논란이 되고 있다. ‘김영철 판문점 회담’(10월15일) 직전인 2014년 10월4일 연평도 포격 주역으로 알려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실세 3인방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자, 당시 새누리당은 “크게 환영한다. 북한 응원단 참여가 무산돼 섭섭했는데 정말 잘된 일”이라는 환영 논평을 냈다. 며칠 뒤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남북한 함정이 서로 대응사격(10월7일)을 하고, 경기도 연천에서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남북한 총격(10월10일)이 벌어졌을 때도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며 인내심을 보였다. 또 북한이 김영철 부위원장(당시 정찰총국장)을 남북군사회담의 북쪽 대표로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박근혜 정부는 교체를 요구하는 대신 ‘급’을 맞춘다며 오히려 우리 쪽 회담자만 바꾸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김영철이 대한민국 땅에서 활개치도록 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비판하면서도 “김영철이 북으로 돌아가면 원내지도부가 계속 이어갈 동력이 없다. 천안함 8주기(3월26일)까지 끌고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일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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