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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통일대교 막은 자유한국당, 26일 청계광장 집회

등록 2018-02-25 22:08수정 2018-02-25 22:46

“김영철에 문 열어준건 국정농단”
거리투쟁으로 보수결집 노린듯
24~2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총동원된 ‘김영철 방남 육탄 저지’ 1박2일 시위는 과거 ‘때려잡자 공산당’ 시절의 반공집회를 방불케 했다. “즉시 사살”, “철천지 원수”, “목을 따자”, “돌로 쳐 죽이자” 등 원색적 비난 구호가 속출했다.

홍준표 (오른쪽에서 세 번째) 자유한국당 대표, 김성태(오른쪽에서 두 번째) 원내대표 등이 25일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한 채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오른쪽에서 세 번째) 자유한국당 대표, 김성태(오른쪽에서 두 번째) 원내대표 등이 25일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한 채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무성 의원 등은 지난 24일 오후 7시부터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들머리인 통일대교 남단 도로를 일찌감치 점거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최전방에서 몸으로 막아내겠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두툼한 방한 복장으로 도로 위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밤샘농성을 벌였다. 자유한국당은 소속 의원 전원과 보좌진, 당직자, 수도권 지역 당원들에게 ‘26일 오전 통일대교 집결’ 동원령을 내렸다.

의원 등에게 할당된 동원 인력은 3400여명에 차량 630여대였지만, 25일 오전 통일대교 남단까지 진입·집결한 인원은 수백여명에 그쳤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신들을 가로막는 경찰을 향해 “여기서 끼니도 때우지 못하고 용변도 보지 못하는 이 암담한 상황을 문재인 정권에 제대로 보고하라”고 항의했다.

오전 11시께 도로 위에 가로 12m에 달하는 대형 태극기를 펼쳐놓고 점거 시위를 하던 의원과 당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충돌을 우려한 정부가 통일대교 동쪽 전진교를 통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안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농성에 합류한 홍준표 대표는 “통일대교를 지킨 덕분에 김영철이 개구멍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성과’를 자평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결국 살인마 전범 김영철이 대한민국을 범했다. 김영철에게 샛문을 열어준 것은 권력남용, 국정농단, 반역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김영철을 빼돌려서 워커힐 호텔에서 초호화로 모시겠다고 하지만 5천만 애국국민은 김영철을 반드시 체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애국가를 함께 부른 뒤 16시간만에 해산한 자유한국당은 26일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또 다시 규탄집회를 연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대응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가 당착이자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통일 대박”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의 ‘몰래 회담’ 제안에 2014년 10월15일 김영철 부위원장(당시 정찰총국장)이 판문점 우리 쪽 지역 평화의집까지 내려왔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지금과 달리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자유한국당의 거리 투쟁은 평창겨울올림픽 이후 6·13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대여공세, 보수결집 동력을 ‘김영철 방남-천안함 8주기(3월26일)’에서 최대한 뽑아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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