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연합뉴스
정의당이 북한 응원단의 남성 가면 응원을 ‘김일성 가면’이라고 공세를 편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에 동조한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북한 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쓰고 응원했다고 단정한 한 언론의 사진 보도를 인용해 정치적 논쟁의 불씨를 키우고 자유한국당이 적극 호응하자,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11일 따로 논평을 냈다. 김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 응원단의 ‘김일성 가면’ 응원은 대단히 부적절한 응원 방법”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구시대 유물과 같은 응원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김일성 가면’ 응원에 대해 ‘김일성이 아니다’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며 “우리 국민과 언론이 보기에 ‘김일성 가면‘ 으로 인식하면 ’김일성 가면‘ 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통일부)와 북한이 ‘김일성 가면’이 아니라고 주장해도, ‘김일성 가면’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김일성 가면’이 된다는 논리다. 김 대변인의 논평은 ‘김일성 가면이 아니다’는 취지의 통일부 해명과 김일성 전 주석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김일성 가면 응원’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온라인에서 퍼지던 직후 나왔다. 통일부 쪽은 “북한에서는 (체제존엄으로 여겨지는) 김일성 전 주석의 얼굴을 가면으로 사용하고 응원 도구로 쓰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당 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정의당이 즉각 비판 논평을 냈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한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북한 응원단이 김일성 전 주석의 얼굴을 응원도구로 사용했다면서 북한 응원단을 돌려보내라는 둥, 사과를 하라는 둥 호들갑을 떨고 나섰다”며 “자유한국당이 마구잡이로 불러일으키는 광풍에 슬그머니 합류한 국민의당 역시 한심하긴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 논평을 언급하며, “국민과 언론의 눈에 김일성으로 보이면 그게 맞는 거라니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라고 물으며,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전문가와 탈북자들 모두 김 전 주석의 가면을 응원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고, 해당 보도를 낸 언론사도 오보를 시인하고 사과하며 기사를 철회했다”며 “대북 관계에 청신호가 켜지는 와중에 뭐라도 트집을 잡고 싶은 정략적 욕심은 이해하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다. 내가 김일성이라고 우기면 김일성이 된다는 사고방식은 정상궤도를 한참이나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성 가면’을 처음 보도한 <시비에스>(CBS) ‘노컷뉴스’는 해당 기사를 온라인에서 없앤 뒤, 사과와 함께 “삭제한 기사를 인용해 보도하거나 정파적 주장의 근거로 삼는 일이 없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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