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투표용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마무리될 무렵, 커다란 종이를 펼쳐보였다. 그는 자신이 꺼낸 종이가 “미국의 투표 용지”라고 동료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16년 11월8일 미 대통령선거의 투표용지”라며 “유권자 10%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로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미국 법률에 의해 한글로 인쇄된 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투표용지”라고 자세히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권자가 찍어야 하는) 이 투표용지의 기표란이 모두 26개”라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의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자뿐 아니라, 각종 정책결정에 대한 투표까지 포함해 26번을 한꺼번에 찍었다는 뜻이다. 그가 이 종이를 꺼낸 이유는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어떤 분은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면 모두 8번 기표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힘들어서 안 된다고 하는데, 미국 유권자는 26번 기표하고 있다”며 “26대7 . 이것이 미국 유권자와 한국 유권자가 갖는 권력의 차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미합중국 국민보다 더 작은 권력을 가져야하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어떤 분’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가리킨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거듭 반대하며 “고령자가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개헌 국민투표까지 포함해) 고령자가 8표를 행사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가 26번이나 찍는 미국 투표 용지를 본회의장에 들고나온 것은, ‘8번 기표의 어려움’을 얘기하며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반대하는 김 원내대표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눕는 퍼포먼스를 통해 일반 재소자들의 열악한 수감 생활을 보여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감옥 인권 피해 주장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누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 인권침해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일반 재소자들은 신문지 두 장 반을 붙인 방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신문지에 눕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날 노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불공정’과 ‘불평등’을 제시하며, “이런 구조의 타파와 격차 해소를 위해 초당적으로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고질적인 불공정과 불평등의 현실을 타파하는 것이 20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격차해소를 위한 대책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넘어서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의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개혁과 관련해 “국민의 지지가 국회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야말로 공정한 정치를 만드는 시작”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거나, 그것이 시간상 어렵다면 현재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중대선거구제 정신을 살려 (기존 서울시 구의원 2인 선거구 중심을) 4인 선거구로 확대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민주당과 한국당이 당론으로 확정해주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평화 관리에 대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반대 결의안'을 국회가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시민들의 ‘촛불’을 높이 평가하며, “기원전(B.C)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없듯 Before Candle 즉 촛불 이전(B.C) 시절도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 이전의 낡은 정치를 반복하지 말자”고 정치권에 당부했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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