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자유한국당 당무감사위원장(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청원, 유기준, 배덕광, 엄용수 등 현역의원 4명을 포함해 62명의 당협위원장이 교체대상이 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자유한국당이 17일 서청원(8선, 경기 화성갑), 유기준(4선, 부산 서구·동구), 배덕광(재선, 부산 해운대을), 엄용수(초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했다. 배·엄 두 의원은 비리·불법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이미 당협위원장직이 중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역 불패’ 관례를 깨고 지역구 관리권을 빼앗긴 의원은 친박계 중진 두 사람뿐인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의원 4명과 원외 58명 등 62명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하는 내용의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협위원장은 지역구 관리 책임자로 내년 6·13 지방선거 기초의원·기초단체장 등의 공천권을 갖기 때문에 2020년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서청원·유기준 의원 등 62명의 당협위원장직 박탈이 사실상 ‘총선 공천 배제’로 읽히는 이유다. 이는 전체 당무감사 대상자 214명 중 28.9%로,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체 폭은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체제 때 이뤄진 19대 총선 공천 물갈이 비율은 46%였다.
교체 폭은 보통이지만 후폭풍은 광폭이 될 전망이다. 특히 홍준표 대표가 “바퀴벌레, 고름, 암덩어리”라고 지칭했던 옛 친박계 맏형과 중진 의원 2명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하면서 감사의 공정성과는 별개로 ‘표적 감사’, ‘사당화’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국회 최다선인 서 의원에 대한 제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막말을 주고받으며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다. 서 의원은 이날 홍 대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고얀 짓이다. 못된 것만 배웠다”며 분노했다. 유 의원 역시 최근 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홍 대표의 막말을 비판하며 각을 세워왔다. 한 친박 쪽 인사는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를 통한 ‘주관’이 개입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계량화해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도 당무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 일체의 정무 판단 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18일부터 20일까지 탈락자들로부터 재심 신청을 받는다.
당무감사 결과에는 홍 대표가 말한 “친박 자동사망·차도살인”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만간 검찰 기소가 확실한 최경환·이우현 의원 등은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22명의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 중에서는 김성태 원내대표(서울 강서을) 등 7명의 지역구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교체해, 김 원내대표 등이 당협위원장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앞으로 당 조직강화특위의 당협위원장 선출 심사를 통해 복당파 대다수가 당협위원장직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원외 당협위원장 중에는 자질 부족 논란을 일으켰던 류여해 최고위원이 ‘보수 텃밭’인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고, 친박계 인사인 권영세(서울 영등포을)·김희정(부산 연제) 전 의원, 김재철(경남 사천·남해·하동) 전 <문화방송> 사장 등도 지역구를 반납하게 됐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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