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악수를 나눈지 하루 만에 국회 운영위원장 자리를 두고 첫 일합을 겨뤘다. 여당인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교체를 계기로 7개월 넘게 이어져온 ‘야당 운영위원장’ 체제를 바로잡겠다고 벼르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내년 5월 전반기 국회가 끝날 때까지 운영위원장 2년 임기를 채우겠다며 맞서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신임 김 원내대표를 찾아 첫 양자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우 원내대표는 현재 자유한국당이 맡고 있는 운영위원장 자리를 여당에 넘기라고 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를 단칼에 거부했다고 한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에게 “운영위원장은 이제 여당으로 넘어오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김 원내대표 생각은 아직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앞으로 좀더 협의를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이 주재한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며 전의를 불태운 뒤, “운영위원장은 1년6개월 전 (20대 국회) 개원 협상을 통해 여야 합의로 자유한국당 몫이다. 하루아침에 집권당이 됐다고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관련 질문을 던진 취재진을 향해서도 “당연한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고 발끈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경호실 등을 소관기관으로 둔 운영위는 관례적으로 여당 원내대표가 맡아왔다. 과거 여야 정권교체기에 야당 운영위원장 사례가 두 차례 있지만, 2년 임기를 석 달 남짓 남겨둔 때여서 논란은 크지 않았다. 이번에는 조기대선과 정권교체로 인해 야당 운영위원장 기간이 이전보다 4배 길어진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조만간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청와대를 상대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특사 방문, 대통령 방중 과정에서 벌어진 취재진 폭행과 굴욕외교 논란 등을 집중 거론할 계획이다.
운영위원장 선출은 운영위에서 의결한 뒤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운영위에서 ‘김성태 운영위원장’ 안건 의결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유한국당 소속인 ‘정우택 운영위원장’이 내년 5월까지 맡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했다.
김남일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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