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김성태 의원(왼쪽)과 정책위의장 함진규 의원이 12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2·12 이변’은 없었다. 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홍준표 대표가 지원한 ‘친홍계’ 김성태 의원(3선·서울 강서을)이 당선됐다. 홍 대표의 경선 개입 막말에 반발한 옛 친박계와 중립지대 의원들의 표심 결집이 예상됐지만, 홍 대표와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의 ‘쌍끌이 지원’을 받은 김 의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막을 강력한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총 투표수 108표 중 55표를 얻어 당선됐다. 정책위의장에는 김 의원과 짝을 이룬 재선의 함진규 의원(경기 시흥갑)이 선출됐다. 이에 맞선 친박계 홍문종(원내대표)-이채익(정책위의장) 후보는 35표, 중립파 한선교(원내대표)-이주영(정책위의장) 후보는 17표를 받는 데 그쳤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을 통해 “이제 우리는 야당이다. 싸우는 길에 너와 나가 있을 수 없다. 대여투쟁력을 강화해서 문재인 정부의 폭정과 전횡, 포퓰리즘을 막아내는 전사가 되겠다”며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 해소와 제1 야당으로서의 야성 회복을 강조했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으로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았던 김 원내대표는 투표 전 정견 발표 때도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법을 위반해 최초로 고발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여투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초강경 대여투쟁을 약속하며, 예산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속절없이 밀렸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홍 대표는 경선이 끝난 뒤 “선출된 원내지도부와 함께 합심해서 좌파 광풍시대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애초 ‘친홍 대 비홍’ 경선 구도가 굳어지자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못할 경우 결선 투표에서 ‘홍문종-한선교 비홍 연대’가 이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대선 직전 바른정당을 재탈당해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던 ‘전력’이 걸림돌로 거론됐지만, 재검표 끝에 1차 투표에서 한 표 차이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이날 친박계 최경환·이우현 의원 등 4명은 투표에 불참했다. 한 중진의원은 “친박 청산이라는 대원칙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홍 대표의 노골적 지원 역시 초·재선들에게 먹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친홍준표-친김무성 색채를 희석하기 위해 김성태 의원이 정책위의장 후보로 짝을 이룬 옛 친박계 함진규 의원이 현장 토론에서 안정적으로 임한 것도 내년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의원들에게 신뢰를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선출 뒤 기자회견에서 “최경환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는 국민 눈높이에서 국회법 절차를 따르겠다”고 했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선거구제 개편은 ‘제1 야당 패싱’하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거래한 산물로 정치 현장에 존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정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보수대통합을 위해 샛문이 아닌 대문을 활짝 열도록 대표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남일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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