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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예산안 여소야대 ‘부결 트라우마’

등록 2017-12-03 19:15수정 2017-12-03 21:11

여당, 교착국면 못풀고 ‘부결’ 악몽에 표결도 녹록잖아
야당대표 된 대선후보들 ‘대립각’…1·2야당 “결단” 압박
7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문재인 정부가 짠 첫 새해 예산안이 법정 처리기한(12월2일) 안에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선에서 큰 표차로 패한 정당들이 새 정부의 재정운용 핵심 방침을 야당 요구에 맞추라고 주장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소야대를 절감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처지다.

2014년부터 적용된 국회선진화법은 12월2일 밤 12시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도 예산안은 2002년 이후 12년 만에 법정 기한 안에 통과됐다. 2016·2017년도 예산안도 법정 기한 이전에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합의 내용을 반영하는 실무절차에 시간이 필요해 법정 기한보다 각각 48분과 3시간57분 지연돼 국회를 통과했다. 특히 2017년도 예산안 처리는 4·13 총선을 통해 8년 만에 여소야대 3당 구도로 국회가 역전되고, 지지율 4%로 추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의결을 1주일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중점 예산이나 최순실 관련 예산을 방어할 이유도, 여력도 없었다.

여소야대 상황은 변하지 않은 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예산안 심사 여건은 지난해보다 훨씬 나빠졌다. 새 정부 인사검증과 적폐청산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데다, 5·9 대선에서 후보로 나섰던 이들이 제1·2야당의 대표가 되면서 자신을 누르고 당선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공약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정도 주고받았으면 예산안 협상이 끝났어야 하는데, 안 대표 쪽이 ‘법정 기한을 어긴 예산안 파행을 우리가 해결했다’는 구도로 만들기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반년 사이에 ‘여소야대 트라우마’를 두 번이나 경험하면서 국회선진화법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의 이점도 못 살리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당장 4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 원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안 본회의 정족수 미달 사태, 9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본회의 부결 사태라는 악몽을 떨치지 못한 여권은 정 의장에게 예산안 원안 표결을 요구하는 모험을 감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여소야대를 ‘6개월 선행학습’ 하고도 연말 예산안 교착 국면을 풀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남일 김태규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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