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 바른정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지도부 선출을 위해 열린 당원대표자대회에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3일 선출된 유승민 바른정당 새 대표가 “저는 ‘호남 배제’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자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문을 열고 논의를 진척시킬 뜻을 밝힌 것이다. 동시에, 두 당에서 ‘정체성’을 이유로 통합 불가론이 커지며 내부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당과는 우리와 연대·협력·통합을 원하는 분들끼리 상당히 많은 대화를 해왔다. (그 내용을) 저도 다 듣고 있다. 원칙과 명분 있는 통합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유 대표는 “당내에서 12월 중순까지 중도보수 통합 논의에 성과를 내자는 합의가 있었고 저도 약속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노력하겠다”며 “자유한국당 쪽 창구, 국민의당 쪽 창구를 모두 만들겠다”고 했다. 유 대표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최근 유 의원이 안철수 대표와 손을 잡는 것에 대한 의견을 진지하게 물어왔다”고 전했다.
안철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두 당의 연대·통합 논의에 대해 “유 대표를 전에 몇번 만날 기회가 있어서 경제정책을 주로 얘기했는데 공통점들이 많이 있었다”며 “우리는 (바른정당과) 선거 연대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얘기해놓고 공감대도 형성돼 있으니 (유 대표의) 얘기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14일 인사차 만날 예정이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유 대표의 당선 인사 방문을 거절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유 대표가 주장하신 중도보수 통합의 의미가 무엇이건, 바른정당은 바른정당의 길을 가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유 대표는 지난주 미리 실시한 책임당원선거인단 투표(50%)와 일반당원선거인단 투표(20%),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총 56.5%(1만6450표)를 득표해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어 2~4위를 차지한 하태경(23.5%, 7132표), 정운천(10.3%, 3303표), 박인숙(4.7%, 1366표)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유 대표는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지금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며 “우리가 똘똘 뭉쳐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라고 단합을 강조했다. 일부 당원들은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연설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현역 의원 10명, 최고위원 등 원외인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남일 정유경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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