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등 탈당…자유한국당 복당 선언
당을 박차고 나갈 땐 “보수 개혁과 책임 정치”를 말하던 이들이, 다시 당으로 들어갈 때는 “좌파 폭주를 막기 위한 조건 없는 통합”을 내세웠다. 지난 1월24일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한 33명의 의원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 단상에 올라 무릎을 꿇은 지 286일 만이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등 탈당파 9명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했다. 김무성(6선), 강길부·주호영(4선), 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3선), 정양석·홍철호(재선) 의원 등 9명이다.
지난 5·9 대선을 앞두고 이은재 의원에 이어 김성태 의원 등 12명이 1차로 자유한국당에 복당할 때도 이들은 버텼다. 하지만 이날 ‘통합 성명서’라고 이름 붙인 A4 용지 3쪽 분량의 글에서는, 지난해 11~12월 김용태 의원의 ‘1호 탈당’을 신호탄 삼은 새누리당 집단 탈당과 올해 1월 바른정당 창당의 이유로 들었던 ‘기득권 정치’, ‘자정능력을 상실한 정치’, ‘반성과 쇄신을 거부하는 정치’, ‘보수의 미래를 만들지 못하는 정치’를 “작은 생각의 차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폭주가 안보와 경제정책에서 대한민국을 혼돈의 나락으로 이끌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보수세력이 갈등과 분열을 뛰어넘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의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위중하다. 보수를 응원하는 많은 국민들이 ‘하나로 뭉치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묻지마 통합’이 국민의 요구라는 것이다.
이로써 국회 원내교섭단체는 4당에서 3당 체제로 바뀌었고, 자유한국당 의석은 1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을 위협하는 116석으로 덩치를 불렸다. 바른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무너뜨리며 탈당한 이들은 지난 1월 바른정당 창당대회에서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드리는 사죄의 글’을 읽었던 이들이다. 당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사죄문을 읽은 김무성 의원은 “통렬한 마음으로 국민의 용서를 구한다”며 큰절을 했다. 하지만 불과 9개월여 뒤 내놓은 ‘복당의 변’에는 자신들이 바른정당을 통해 어떤 노력을 했고, 그럼에도 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실패했는지에 대한 통절한 반성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지만 내부에서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도 없었다. 대신 “북한 핵과 미사일 위기, 문재인 정부의 안보 혼돈과 경제 포퓰리즘을 막아야 한다”는, 철저히 강경보수층을 겨냥한 ‘반성문’을 쓰는 데 주력했다. ‘안에서의 개혁 방향이 전혀 없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탈당파를 대표해 성명서를 낭독한 김영우 의원은 “개혁보수로 나아가는 첫 단추로 생각해 달라”고 했지만 왜 ‘이 옷’이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끝까지 당에 남으려 했던 유승민 의원을 끌고 나왔던 김무성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 주도 세력의 탈당이 책임 정치에 어긋난다’는 질문에 “모든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현시점에서 보수가 통합해서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한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 탈당 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철호, 김용태, 강길부, 이종구, 김영우, 황영철, 김무성, 정양석 의원. 이들 8인에다 주호영 원내대표까지 모두 9명이 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