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디시를 방문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에게 ‘1 대 1 안보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청와대는 해외순방 일정 등을 들어 사실상 거부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방미 동행 취재기자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한국에 돌아가면 안보 영수회담을 제의하겠다. 미국 조야의 분위기와 (방미 중) 취득한 북핵 대처방안 등에 대해 대통령을 만나 상의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홍 대표는 그간 두 차례 있었던 문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 회동에는 모두 불참했다. 지난 9월 말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을 추진했지만, 당시 청와대 회동 제안을 받은 홍 대표는 “전혀 반대의 안보관을 가지고 있는데 만나서 무슨 말을 하겠나? 정치적 쇼로 소통한다는 것만 보여주려는 청와대 회동은 안 하는 것보다도 못하다”며 거부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겨냥해 “본부중대, 1, 2, 3중대만 불러서 회의하라”고 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두고 초당적 안보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였지만, 홍 대표는 “청와대가 추석을 앞두고 그림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꼭 할 이야기가 있으면 일대일로 불러야 한다”며 단독 회담을 주장했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방미 결과’를 들고 먼저 문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요구한 것이다. 홍 대표는 영수회담이 성사될 경우 문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한반도 위기를 풀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홍 대표는 안보 영수회담 시기에 대해 “시기는 문제가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원하는 때 갈 것”이라며 평소와 달리 청와대에 맞추려는 자세를 보였다. 자신의 대표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당내 갈등 상황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독 회동을 성사시켜 제1야당 대표라는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확인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되지만, 청와대는 홍 대표의 제안 소식이 알려지고 40여분 뒤 사실상 거부 뜻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베트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10~11일) 등 준비에 여념이 없어 물리적으로 힘들다. (문 대통령) 해외순방 뒤에 홍 대표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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