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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주당 3인방 ‘박원순·이재명·안희정’은 어디로…

등록 2017-10-05 11:56수정 2017-10-05 21:16

정치BAR_이것만 알면 당신도 ‘정치밥상’ 차린다 ④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 친척들과의 대화는 즐거우면서도 살짝 고민스럽습니다. 특히 ‘유난히’ 긴 올 추석연휴, 얼굴만 봐도 흐뭇한 시간은 곧 물러가고 대화 소재는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겠죠. 괜히 “결혼 언제 하냐”, “취업은 왜 안되냐” 등 ‘가출 유발’ 질문을 하는 대신, 요즘 정치 돌아가는 얘기로 대화를 이끌어보면 어떨까요. <한겨레> 정치부가 준비한 ‘정치 밥상’ 메뉴로 추석 밥상의 ‘손석희’로 거듭나보세요.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추석 밥상머리에서 형성된 민심은 향후 정치·사회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는 열흘이나 지속돼 밥상머리에서 미약한 날개짓을 시작한 민심이 연말연시를 넘어 내년 6·13 지방선거에 태풍과 같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여야 각 정당들이 추석 명절을 맞아 각 당의 정체성을 담은 홍보물을 만들고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에서 귀향 인사를 전하는 데 정성을 쏟는 이유입니다. 그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3인방의 행보에 눈길이 쏠립니다. 3인방 모두 아직까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행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시점에 현직 지자체장이 벌써부터 선거에만 눈독들인다는 비난이 일 것을 의식한 탓이겠지요. 그렇지만 수면 위의 고고한 자태의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는 발을 분주히 움직이듯 정치권에서는 3인방의 행보를 두고 많은 움직임이 분주히 오가고 있습니다.

박원순…서울시장 3선 도전할듯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자들이 제작한 사이트 ‘원시네마’ 갈무리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자들이 제작한 사이트 ‘원시네마’ 갈무리

박원순 시장은 3선 도전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입니다. 박 시장이 최근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한 데 대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엠비(MB)를 본인 선거 제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을 이용한다는 뜻이었죠.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지난 28일 <티비에스>(tbs)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전직 대통령을 제물로 삼을 만큼 서울시장을 잘못해오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또 방송에선 ‘박 시장이 올해 안에 3선 도전을 발표한다’는 취지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박 시장은 입법부인 국회 경험이 없다는 점이 지적돼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내에 진출해 미진한 당내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죠. 또 3선 서울시장이 되면 다음 대선 준비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대선은 전국 선거이므로 지방을 하루정도 쓱 지나가는 ‘주마간산’ 식으로는 안 되고 최소 2박3일씩 머무르면서 지역민들과의 ‘진한’ 스킨십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유권자들은 표를 그냥 주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도 단순히 문팬들의 힘으로만 된 게 아니라 18대 대선에서 떨어지고 전국을 다니며 스킨십 하며 표를 다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서울시장 재직 중에는 그렇게 전국을 다닐 수가 없다. 평일은 당연히 안 되고 주말에도 (서울시장이 참석해야할) 행사가 많아서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는 것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판단과 ‘야당 시장’에서 ‘여당 시장’으로 바뀐 환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 시장과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박 시장은 국회의원보다는 서울시장을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거기에 시대정신이 맞아 떨어지면 더 큰일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여당 시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와 함께 보조를 맞출 수 있고, 서울시정을 연속적으로 펼쳐가면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 가는 것이 향후 행보에 더 유익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박 시장쪽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성과 창출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다면, 4년 임기가 종료되는 2022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3선 서울시장을 지내며 민심을 얻을 경우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박 시장은,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이듬해인 2007년 대선에서 당내 지지 기반은 열세였지만 대권을 거머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유사한 사례를 기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안희정…‘도지사직 전념’ 가운데 ‘당대표’ 고민중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9월26일 충남 논산으로 이전한 국방대에 참석 교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9월26일 충남 논산으로 이전한 국방대에 참석 교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충남지사는 도지사직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에 집중하는 가운데 ‘여의도행’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안 지사와 가까운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2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안 지사는 기본적으로 도지사직을 잘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도민들을 비롯해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듣고 있고 올 연말까지는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은 내년 8월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라는 권유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안 지사를 도왔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안 지사가 당대표가 되면 그동안 정당주의자로서 안 지사가 주장해왔던 바를 실천하고, 당청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대표 도전을 위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안 지사의 주변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3선 도지사를 하는 것보다 국회에 들어와서 입법부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확실히 뱃지 달고 해보는 것과 밖(원외)에 있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보궐선거 출마 후보지역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노원병, 현역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서울 송파을과 충남 천안갑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안 지사는 지난 27일 서울 노원구청에서 지방분권을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취재진들이 ‘노원이 재보궐 지역이다 보니 출마설 등 여러 해석이 나온다’고 질문하자 “허허허, 내가 (여기에 온 것이) 잘못했네”라고 농담을 하며 즉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면 투표일 3개월 전인 내년 3월에는 도지사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 중에는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의원을 위해 도지사를 그만두는 건 정치에 유권자를 종속시키는 것”이라며 안 지사의 보궐선거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소수에 그치고 있습니다.

안 지사가 주변의 권유대로 내년 8월 당대표 도전에 성공하면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관리하게 됩니다. 과거 당 총재 시절처럼 제왕적 공천권을 행사할 순 없지만, 당 대표로서 총선 국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그 여세를 몰아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큰 꿈’을 꾸는 안 지사에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입니다.

이재명…경기도지사 출마 굳혀

이재명 성남시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재명 성남시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으로 사실상 마음을 굳힌 상태로 보입니다. 지난 17일 이 시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음의 결심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장과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시장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결정한건가’라는 물음에 “그렇게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장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경선에서 당내 세력도 취약하고 광역도 아닌 기초단체장이었지만, 2위였던 안희정 지사의 득표율 21.5%와 미세한 차이인 21.2%로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지요.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인 ‘동상이몽’(SBS)에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출연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이 시장이 ‘동상이몽’에 출연하고 나서 이 시장에 대한 지지도가 남성들보다 여성들 사이에서 더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장은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 경기도 지역위원장 등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등 당내 경선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은 높은 인지도의 이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으로서 조직력이 탄탄한 전해철 의원의 양강구도로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당내 후보군으로 김진표·안민석·이종걸·이석현 의원 등 다선 의원들과 최성 고양시장·양기대 광명시장 등 기초자치단체장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당초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장 3선 도전이 이 시장의 경기도지사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시장을 도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박 시장과 이 시장 두 사람이 시민사회운동도 같이 했고 친한 선후배 사이인 것이 이 시장의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경기도에서 90년대 후반 임창렬 경기지사 이후로 우리 당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당 입장에선 어려운 곳이라 주변에선 말리는 사람도 있는데, 이 시장은 오히려 그러니까 더 나가야한다는 입장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장이 경기도지사 당선에 성공하고 지사직을 수행을 통해 민심을 얻어 4년 임기가 종료되는 2022년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용꿈’을 이룰 경우 기초단체장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되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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