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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무위원 후보가 “건국-정부수립 차이 이번에 알았다”

등록 2017-09-01 05:01수정 2017-09-01 06:54

“부족하지만 나라에 공헌” 사퇴 거부
여권, 일단 여론추이 살피자는 입장
한쪽선 “자격 논란 등 후폭풍 우려”
안경환·박기영 전철 밟을수도
야권선 “스스로 자격없다 밝힌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논란이 된 뉴라이트 교과서, 자녀들의 위장 전입등에 대해 해명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논란이 된 뉴라이트 교과서, 자녀들의 위장 전입등에 대해 해명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창조과학회 활동과 동성애 반대 서명 참여에 이어 역사관 논란이 제기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사퇴할 생각이 없다. 제가 부족하지만 나라에 공헌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라며 정면돌파 뜻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건국과 정부수립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1948년 8월15일 건국절’ 주장 등이 ‘무지’에서 비롯됐음을 시인했다. 여권에선 일단 여론의 추이를 살펴본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국무위원으로서의 자질 시비 등을 들어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적인 문제를 모두 고백하겠다”며 최근 불거진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종교 문제를 두고선 “검증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역사관 문제와 관련해선 “부끄럽지만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표적인 ‘뉴라이트계 인사’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학과 세미나에 초청한 데 대해서도 “뉴라이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한번도 그 운동이 어떤 성격인지를 생각해본 적도 없고, 제가 거기 회원도 아니며 그분들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하려는 관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번에 헌법 관련 문장들을 살펴봤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 정신과 가치를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 신념이 이번 정부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여권 일각에선 박 후보자의 솔직한 고백이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진솔한 고백으로 박 후보자가 (뉴라이트적 역사관에 대한) ‘확신범’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명백해진 것이 아니냐”며 “박 후보자가 벤처생태계에서 보인 활약상이 부각된다면 오히려 문재인 정부 첫 인선 과정에 최대 반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를 청문회까지 ‘밀어붙였을’ 경우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 후보자의 자질 논란은 물론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지금까지 불거진 논란 외에 ‘추가적 폭탄’이 터지면 뒷감당이 정말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맞지 않는 박 후보자를 고집할 경우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건국절과 정부수립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국무위원의 자격이 있겠느냐는 또다른 논란으로 불붙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추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맹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박 후보자의 거취 문제는 길게 끌 일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를 질질 끌면 ‘김이수·김명수·이유정’ 후보자 3인의 인준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사담당자들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후보자가 난관을 돌파하겠다며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난 뒤 곧 자진 사퇴했던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나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 후보자의 회견 뒤 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해온 야당은 싸늘한 반응이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영혼 없는 공무원은 절대 안 된다’며 공직사회를 질타했다. 그런데 박성진 후보자의 언행과 해명을 보면 영혼이 거의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수준”이라고 했고, 정의당은 “박 후보자는 스스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밝힌 꼴”이라고 논평했다. 이정애 엄지원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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