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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MB 만난 홍준표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보다 쉬워요”

등록 2017-07-25 16:56수정 2017-07-25 17:41

홍준표 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
MB, 취재진 보며 “야당 대표 인기 좋네”
홍 “요즘 기사가 없어서 기자들 온 거지”

둘 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잃고
1999년 미국 함께 체류하며 끈끈해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로 예방해 이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로 예방해 이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야당도 인기가 좋네.”(이명박 전 대통령) “기사가 없으니까 (기자들이) 왔지.”(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오후 3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1990년대 말부터 이어진 인연을 과시하듯 시작부터 친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왔나? (취재기자들을 보며) 야당(대표)도 인기가 좋네.”(이 전 대통령)

“(요즘) 기사가 없으니까 (기자들이) 왔지.”(홍 대표)

두 사람은 사무실 안으로 이동해서도 격의 없이 대화했다. 이명박 정부 후반인 2011년 7월 홍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됐지만, 디도스 파동 등으로 5개월여 만에 조기 퇴진했다.

“어려울 때 야당 대표가 돼서 고생이 많다.”(이 전 대통령)

“여당 대표할 때보다 쉽습니다. 하하하.”(홍 대표)

“이럴 때 건강한 야당이 필요한거야.”(이 전 대통령)

“야당이 할 일이 없어요. 여당은 무한책임이 있기 때문에. (2011년 한나라당 대표로) 6개월 하면서 참 힘들었어요. 그런데 야당은 그렇지 않아요.”(홍 대표)

“여당할 때 혼났지 뭐.”(이 전 대통령)

“야당은 어렵지 않습니다.”(홍 대표)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의 예방 자리에서 “보수가 큰일났다”, “보수가 희생정신이 부족하다”, “건강한 중도보수를 지향해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반면 홍 대표는 취임 뒤 ‘강한 이념 야당’을 당의 좌표로 삼고 있다.

“이럴 때 건강한 야당이 중심을 딱 잡고 있으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니까….”(이 전 대통령)

“(동행한 당직자와 의원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이 가는 길목을 알기 때문에 어렵지 않습니다.”(홍 대표)

두 사람의 공개대화는 “야당 대표, 여당 대표 양쪽 다 해봤으니까 아마 내가 봤을 땐 잘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이 전 대통령의 덕담을 끝으로 비공개로 넘어갔다. 취재기자들의 퇴장이 늦어지자, 홍 대표는 “좀 나가세요. 우리끼리 얘기하게”라고 말했고, 이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 화나면 무섭잖아”라며 농담을 했다. 홍 대표는 또 다시 “요즘 기자들이 기사가 없어”라며 말을 보탰다.

두 사람은 1999년 미국에서 함께 체류하면서 끈끈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1996년 4·11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와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 1998년 스스로 의원직을 버렸다. 홍 대표도 같은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가 확정돼 1999년 의원직을 잃었다. 야인이 된 두 사람은 그해 미국에 체류하며 가까운 인연을 맺었고, 이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경쟁자로 맞붙기도 했다.

홍 대표가 예방을 마친 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에 야당 대표를 맡아 고생이 많다. 힘들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임해달라. 홍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이 단합해야 한다. 홍 대표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건강한 보수의 기대를 상기하고 열심히 해달라. 나도 열심히 돕겠다’는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선거개입 녹취록 내용에 대해, 전 대변인은 “국정원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국책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재감사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이 ‘감사원에서 다시 진행을 한다고 하니…’ 정도만 언급했다”고 전 대변인은 전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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