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병석, 이상민 의원이 야당 의석으로 가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더불어민주당(120석), 자유한국당(107석),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 정의당(6석)의 여소야대 5당 구도에서 여야는 사람(인사청문회), 조직(정부조직법), 돈(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며 합종연횡의 다양한 수싸움을 선보였다. 각 당은 ‘여소야대’ 틀의 초반 75일을 되돌아보며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를 돌파할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여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1여+3야’ 전략을, 자유한국당은 주요 상임위원회부터 틀어막는 ‘전방압박’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양당체제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여러 시도와 접근 방법이 총동원됐다. 정국을 풀어나갈 여당 입장에선 실험의 난이도가 대단히 높아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지배해온 과거 국회가 미지수(제1야당) 하나만 찾아 풀어내면 되는 일차방정식이었다면, 지금 국회는 난이도가 확 올라간 고차방정식이라는 것이다.
우선, 정부여당은 정부 출범 초반에 누리던 ‘프리미엄’을 상당 부분 잃었다. 정부조직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핵심 개편안인 ‘환경부로 물관리 업무 일원화’ 방침을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이 방안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이라는 산을 넘고 나서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은 ‘합종’을 택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거센 반발 속에 공무원 증원 규모를 줄이고서야 겨우 처리할 수 있었다. 반면, 앞서 문재인 정부 첫 인사였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준표결은 국민의당이 전격적으로 민주당과 ‘연횡’한 덕에 비교적 수월하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70여일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민주당은 ‘뿌리가 같은 국민의당과의 연대’→‘정책노선이 일부 유사한 바른정당과의 합의’→‘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승복 유도’라는 ‘필승 공식’을 찾아냈다. 하반기 최대 쟁점인 증세 등 국정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자유한국당 고립 전략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당, 바른정당과의 ‘3당 협력’으로 자유한국당을 승복시킨 것은 앞으로 정국 운영과 해법의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호흡이 잘 맞는 정의당과의 ‘공조’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여당 뜻대로 안 될 것”이라고 발끈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1야당을 도외시하고 원내 3당(국민의당), 4당(바른정당)과 접촉해 정국을 끌고나가겠다는 발상은 잔꾀에 불과하다. 제1야당 고립 전략은 우리가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를 중심으로 여야 갈등과 국정운영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의 경우 여야 협의라는 국회 절차에는 기본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내용에 있어서 대안을 가지고 찬반을 다투는 ‘플러스 야당론’을 내세우고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자유한국당보다는 관계 설정이 나은 편이다. 대신 그만큼 자신들이 ‘절대 불가’라고 선을 그은 쟁점에 대해서는 관철 의지가 강하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추경안 처리는 합리적 보수야당인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의 비합리적 행태에 따라가지 않겠다는 심리도 작용한 것”이라며 “증세 등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정기국회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책 관련 입법 작업이 본격화할 경우 지금까지와 달리 국회선진화법을 지렛대 삼은 야당들의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여당은 이를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약속한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대선 과정에서 각 당이 공통공약으로 제시한 62건의 입법과제부터 추진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남일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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