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의 6·26 전당대회는 ‘지속가능한 합리적 보수’라는 한국 보수정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강경보수가 득세하는 척박한 풍토에서 자칫 당이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돌파해야 한다. 20일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초선의 정운천(63·전북 전주을) 의원으로부터 ‘낡은 보수와의 결별’과 개혁 보수의 길을 들어봤다. 김 의원은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나와 원광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맡았다. 한나라당·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정당 유일의 호남 의원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야당의 국회 보이콧 등 여야 강경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과 경쟁 관계인 자유한국당과의 입장 차이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당 대표가 되면 정부·여당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기본적으로 협치는 서로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순항하려면 협치를 해야 한다. 협치의 조건은 일관성과 신뢰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한손으로는 5대 인사 배제 원칙을 약속해놓고 다른 한손으로 이를 파기했다. 그런데 어떻게 협치가 되나. 5대 원칙 못 지켰지만 빨리 능력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렇게 사과했으면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나서 협조를 요청하면 협조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들이 죄어 놓고 우리보고 풀라고 하니 말이 안 된다.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를 신뢰해야 협치가 된다. 그러니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게 접근해 달라. 언제라도 협치하고 도와줄 마음이 있다. 당 대표가 되면 좌우를 떠나서, 보수혁신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실용정당, 민생정당을 만들겠다.
-당 대표가 되면 내년 지방선거라는 혹독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다. 영남권에서는 자유한국당과, 수도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해야 한다. 지방선거 전략은 무엇인가.
=지금 바른정당의 에너지로는 지방선거의 답이 없다. 우선 민생·실용정당으로 탈바꿈한 뒤 적극적으로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지지도가 15%, 20%까지 올라가면 지방선거 해결 방안이 나온다. 지금처럼 10%도 안 되는 지지도로는 답이 없다.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는 것이다.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민생특위 20개를 만들 생각이다. 현역의원과 원외위원장 4명이 공동특위를 만드는 형태다. 당장 미세먼지해결특위, 4대강 관련 특위, 원자력 관련 에너지특위, 가뭄재난대책특위 등 만들어서 현장으로, 민생으로 들어가겠다.
-다른 야당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유한국당 또는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불거질 수도 있는데.
=국민의당과는 사안에 따라서 연대를 하기 원한다. 국민의당과 손을 잡으면 바른정당도 (여소야대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친박 패권세력을 ‘아웃’시키지 못하고 결국 우리가 나왔다. 그런 패권세력이 정리돼야만 공조든 연대가 가능하다. 만약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 대표가 된다면 패권세력을 정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홍 전 지사도 말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 걱정이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정치공학에 매달리지 않고 오로지 실용과 민생, 국민만 보고 갈 것이다. 통합론 역시 국민의 지지속에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지지도가 올라가면 통합이든 독자노선이든 우리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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