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4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4일 귀국했다. 홍 전 지사는 대선 패배 뒤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현안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를 향한 막말과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며 ‘재등판’을 예고해왔다. 차기 당 지도부 구성을 위한 7·3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은 홍 전 지사를 마냥 반길 수도, 그렇다고 내칠 수도 없는 ‘홍준표 딜레마’에 고심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홍 전 지사는 자신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에게 “저나 자유한국당이 잘못을 하는 바람에 대선에 패배했다. 앞으로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2011년 디도스 사건 등의 여파로 불과 다섯 달 만에 당대표에서 불명예 퇴진했던 홍 전 지사가 당권 재도전 뜻을 굳힌 것으로 본다.
107석의 제1야당이지만 대선 이후 리더십 부재 속에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재건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간 홍 전 지사는 “민주당은 본부중대, 국민의당은 1중대, 바른정당은 2중대, 정의당은 3중대”라고 표현하며 “자유한국당은 정국 운영에서 소외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어차피 일부 야당의 협조를 지렛대 삼은 청와대와 여당을 막을 방법은 없으니, ‘나홀로 무조건 반대전략’을 통해 ‘제1야당다운 존재감’이라도 보이자는 현실론이다. 홍 전 지사는 이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제왕적 국정운영 심판론’에 불을 붙여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양당 체제를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소멸·흡수될 것이라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편다.
하지만 당장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이런 홍 전 지사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당 지지율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홍 전 지사라면 강력한 대여전선을 형성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돼지발정제로 대표되는 홍 전 지사의 한계도 너무나 명확하지 않으냐”고 했다. 당내에서는 ‘홍준표식 옥쇄 리더십’으로 제1야당의 선명성을 부각할 경우 보수층 결집과 당 지지율 견인을 예상하면서도, 지난 5·9 대선 때처럼 강경보수·극우적 태도로 일관하다 보면 지지율이 20%대 언저리에서 고착될 것을 우려한다. 자유한국당의 다른 의원은 “막말과 극우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도 필패한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계 쪽에서 여전히 당권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에 대적할 마땅한 경쟁자가 홍 전 지사 외에는 뚜렷하게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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