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9일 밤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대선 패배를 시인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패배하자,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밀려 3위로 내려앉으면서, 국민의당은 자책과 자성, 책임론이 뒤엉켜 혼돈이 불가피해 보인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날 저녁 8시, 국민의당 개표 상황실이 차려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은 적막에 휩싸였다. 텔레비전 앞에 나란히 앉은 박지원·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정동영·박주선·천정배·주승용 공동선대위원장 등은 굳은 표정으로 화면만 응시했을 뿐이다.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던 안 후보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칩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밤 10시35분께 국민의당 개표 상황실을 찾아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 안 후보는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 많이 부족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며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달 전만 해도 문재인 후보와 접전을 펼쳤던 안 후보가 막바지에 3등으로 ‘추락’하면서, 당분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 안팎에선 안 후보가 50대 중반인 만큼, 1~2년 동안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앞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제일 나쁜 수는 지난 2012년처럼 해외로 떠나버리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이질감만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미국 등 외국행을 선택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 미소만 지은 채 자리를 떠났다.
당의 ‘창업주’인 안 후보의 추락으로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휩싸였다. 우선 대선 패배를 둘러싼 책임론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대선 다음날인 10일 선대위를 소집해 당의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지원 대표는 “패배를 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면 된다. 당의 입장에서 분석할 것은 분석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은 나아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당 일부에서 박지원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정권 초 청와대·여당과 다양한 층위의 협상이 필요한 시점에 지도부를 교체할 경우 혼선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새 정부와 내각 구성 등 ‘협치’를 논의할 창구가 필요하다. 박지원 대표만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 쪽으로 이탈하거나 당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요구가 나올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민주당에 합류한다 해도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것도 변수다. 이번 대선이 결국 진보-보수의 대리전으로 치러진 만큼, 대선 이후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터’ 구실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위해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과의 관계 설정도 주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 중진의원은 “바른정당과 합당해 3당 체제로 정비해야 한다. 두 당의 공통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최혜정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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