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가 9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 결과 승복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는 9일 밤 11시30분 여의도 당사로 와 “제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의 길에 공감해주신 국민 덕분에 저와 바른정당은 새 희망의 씨앗을 찾았다. 이 씨앗을 소중히 키워서 싹을 틔우고 언젠가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말과 손길을 잊지 않고 더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통화해 축하드렸다. 대통령의 무거운 책임을 다해주실 것을 말씀드렸고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 목소리도 경청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보수 대표 자리를 놓고 겨뤘지만 2위에 오른 홍 후보에게 큰 표차로 밀리면서 대선 이후 발걸음이 무겁게 됐다. 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시민들에게 “2번(홍준표) 후보가 보수 대표냐, 4번 유승민이 보수 대표냐”고 물었다. 대선 이후에도 보수 세력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홍 후보와 2라운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 집단탈당 사태로 개혁보수에 대한 동정 여론이 몰렸으나 득표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유 후보는 자신과 갈등을 빚던 의원 12명이 탈당한 뒤 남은 20명의 의원과 함께 당을 꾸려나가게 됐다. 남은 의원들 대부분은 유 후보와 이념을 같이하는 이들로, 보수 개혁 드라이브를 걸며 지지 기반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은 유 후보 득표에는 보수 개혁을 바라는 20~40대의 표가 상당 부분 반영됐고 특히 일부 진보층 유권자들도 흡수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기존 보수-진보 구분 대신 ‘낡은 보수·진보’ 대 ‘새로운 보수·진보’ 구도로 재편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집단탈당 과정에서 불거진 유 후보의 리더십 문제나, 유 후보와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의 ‘불가근불가원’ 관계는 갈등의 불씨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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