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야-야 대결’
문재인 거부감, 안철수엔 불안감
고민빠진 유권자 ‘신부동층’으로
정치권 선거전략 흔들
문, 중도로 가자니 ‘집토끼’ 걱정
안, 보혁 협공에 궁지 몰릴 가능성
문재인 거부감, 안철수엔 불안감
고민빠진 유권자 ‘신부동층’으로
정치권 선거전략 흔들
문, 중도로 가자니 ‘집토끼’ 걱정
안, 보혁 협공에 궁지 몰릴 가능성
19대 대선이 야권 후보끼리 1·2위를 다투는 초유의 ‘야-야 대결’ 구도로 진행되면서 정치권과 유권자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유권자는 갑자기 주어진 2개의 ‘유사 선택지’ 앞에서 머뭇거리고, 정치권은 급변하는 유권자의 선호에 맞추느라 우왕좌왕한다. 공급자와 수용자 모두 선택의 난관에 봉착한 ‘거울 딜레마’ 상황이다.
■ 지역·이념 구도 퇴조 역대 선거의 상수였던 지역 구도는 이번 대선에서 뚜렷하게 퇴조하고 있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은 모든 권역에서 30%를 넘겼다. 두 후보의 격차 역시 대구·경북(문 31.6%-안 41.9%)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10%포인트 이내였다. 한겨레 대선정책자문위원인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국민의당이 선전한 지난해 총선의 1차 균열에 이어, 영남 기반 보수정권의 몰락이 지역구도의 2차 균열을 가져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권자의 이념 지형 역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갤럽이 1월부터 조사한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1월 첫째주 25%에 그쳤던 중도층이 2월 첫째주 26.4%, 3월 첫째주 30.9%, 4월 첫째주 33.1%로 꾸준히 늘었다. ‘진보 대 보수’ 구도에 포획되지 않으려는 ‘이념적 부동층’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 보수층은 ‘홍찍문’, 진보층은 ‘심찍안’ 지역·이념 구도가 약화되면서 유권자의 선택 부담도 늘었다. 특정 후보와 일체감이 큰 지지층과 달리, 그렇지 않은 다수의 유권자들은 혼란이 불가피한 탓이다. 난무하는 네거티브 공방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치적 선택에 따른 부담을 오롯이 떠안게 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특정 후보에 대한 ‘감정적 배제투표’나 ‘전략투표’도 이런 선택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문제는 어떤 경우든 적잖은 ‘정치적 기회비용’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한겨레 대선정책자문위원인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보수·영남 유권자는 문재인 당선을 막기 위해 자기 정서에 안 맞는 야당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고, 문재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야권 지지층은 안철수를 대안으로 선택하려 해도 ‘집권 이후 국정방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끊임없이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에 충성도가 높은 유권자층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야-야 박빙’이 초래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 ‘심찍안’(심상정 찍으면 안철수 된다)이란 선택의 딜레마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정치권 선거전략도 흔들 선택의 딜레마에 처한 ‘신부동층’을 흡수하려는 각 후보 진영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고민이 큰 쪽은 일찌감치 ‘중도’를 선점해온 안철수 후보보다 ‘선명성’에 무게를 둬온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쪽이다. 중원 확장을 위해선 각각 ‘우클릭’과 ‘좌클릭’이 불가피하지만, 이 경우 전통 지지세력의 이탈을 감수해야 한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문 후보와 홍 후보 처지에선 지지층 이탈 위험이 큰 정책 변화보다 ‘안철수 때리기’가 부담이 덜한 선택”이라며 “조만간 이념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요구하며 좌·우 협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경우 ‘안철수=중도후보’라는 의도하지 않은 각인 효과를 키워줄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이세영 엄지원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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