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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헌재 결정문 읽어보긴 했나…“괘씸죄로 탄핵” 궤변

등록 2017-03-13 15:25수정 2017-03-13 17:37

‘최순실 국정농단’ 헌재 판단 외면한채 “여론재판”으로 호도
헌재의 독립적 탄핵재판에 “법원판단 없었다” 무지한 발언도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의 초청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의 초청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3일 아침 <문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한 홍준표 경남지사 인터뷰 중 일부다.

홍준표 : “(헌재의) 판결문을 보니, 주로 대통령 태도를 갖고 탄핵 결정을 했거든요. (중략) 여론재판이었다, 유죄가 확정된 것이 하나도 없는 판에 탄핵을 받아들인 것은 결국 광장의 촛불 영향이 아니었나,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는 정치적으로 탄핵되고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나, 사법적 결정하기에는 자료가 너무 없었다. 그래서 여론을 통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을 갖습니다.”

진행자 : “절차상 수사가 진행되고 유무죄가 결정된 이후에 탄핵 결정이 내려졌어야 됐다, 이런 말씀으로 들리는군요.”

홍준표 : “원래는 그렇죠. (헌재가) 심판할 자료가 없으니까 결국 박 대통령이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가지고 괘씸죄를 적용해서 탄핵했다. 제가 보기엔 부끄러운 판결문입니다.”

앞서 홍 지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전인 지난 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다.

“탄핵은 단심제로 헌법과 법률위반 사실이 확정된 후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검찰 공소장이나 특검 수사 결과 발표는 일방적인 소추기관의 주장일 뿐 법원에 의해 확정된 범죄사실은 아닙니다. 만약 소추기관의 일방적 주장이 나중에 무죄로 확정되면 탄핵은 재심을 해야 합니까?”

자유한국당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법을 다뤘던 검사 출신이라는 홍 지사가 과연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문을 읽어보기라도 한 것일까? 또 그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탄핵심판제도의 취지와 기본적인 절차, 탄핵의 성립요건 등을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일까?

홍 지사는 우선 의도적으로 헌재가 파면을 결정한 가장 핵심적 이유인 ‘최순실 국정농단’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탄핵심판을 할 자료가 없다거나 사실 확정을 하지 않았다는 홍 지사의 주장은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과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순실에게 유출한 행위 등을 명확하고 자세히 지적한 헌재의 결정문을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중 핵심인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의 권한남용 여부’에 대해 분명하고도 단호한 어조로 사실관계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또 검찰과 특검의 수사 결과가 ‘피의 사실’일 뿐 법원에 의해 확정된 범죄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가 나면 헌재가 재심을 할 것이냐는 힐난도 퍼부었다. 이 역시 헌법재판제도 자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뻔뻔한 발언이다.

헌재는 법원과 대등한 권위를 갖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탄핵심판을 포함한 헌재의 심판은 법원의 판단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홍 지사의 말처럼 “헌법과 법률 위반 사실이 확정된 후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아닌 헌재 스스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사유를 놓고, 자료 검토와 증인신문, 공개변론 등을 통해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하게 헌법과 법률 위반을 했는지’를 판단했다. 설사 검찰이 기소한 최순실의 혐의가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건 헌재의 이번 판단과 별개의 문제다. 탄핵심판은 유·무죄를 판단해 개인을 처벌하는 형사재판이 아닌, 공직자의 지위 박탈 여부를 판단하는 징계재판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홍 지사는 마치 헌재가 전혀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았고, 또한 그 최종적 사실관계의 판단 권한이 마치 법원에 있는 것처럼 교묘한 말을 늘어놓은 셈이다.

홍 지사가 헌재의 결정문을 정독하기 싫다면, 그리고 합리적 진단과 평가를 내놓고 있는 수많은 언론보도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면, 홍 지사와 성향이 가까운 인사가 쓴 다음과 같은 글이라도 참고하는 게 어떨까 싶다. 수구보수 세력의 대표적 인사 가운데 한 명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미래한국>에 썼던 기고문 중 일부이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며 쓴 글이지만, 13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 더 어울리는 글이다.

“우리 헌법상 탄핵사유는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돼 있는데, 제헌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우리 헌법기초자들은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뿐 아니라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공직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것’과 ‘국정을 불성실하게 수행하는 경우’ 모두 헌법 위반으로서 탄핵사유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우리 헌법기초자들이 탄핵제도의 모델로 했던 미국 탄핵제도에서의 탄핵사유는 반드시 ‘기소가 가능한 형사적 범죄’일 필요가 없다. 미국 탄핵제도에서는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부패행위를 한 경우, 공중의 신뢰를 깨뜨리는 경우, 다른 헌법기관을 침해하는 일련의 행위를 한 경우 등 정치적 위반행위도 탄핵사유가 된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탄핵사유도 그 직무집행에 있어 구체적 헌법이나 법률조항 위반행위에 그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취임선서 내용에 반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그 직무를 태만히 하거나’,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도 탄핵사유가 된다고 할 것이다.

또 형사재판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공무원의 직권이 정지되지 않는 데 반해,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통령의 권한까지도 정지되는 ‘유죄 내지 유책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탄핵심판에서 의결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발견되지 않고, 헌법·법률 위배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파면 결정을 해야 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55_이정미 “태극기집회 죽고 다치는데…승복 말해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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