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차혁명과 미래인재'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기위해 마이크를 조절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대통령도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을 선한 의지로 만들려 했을 것’이란 발언으로 야권 지지층의 뭇매를 맞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21일 “마음을 다친 분들께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전날 캠프 참모들에게 “계산한 말도, 실수도 아니다”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지 반나절 만이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미래인재’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의 선의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려다)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른 박 대통령의 예까지 간 것은 많은 국민들께 다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가 적절치 못해 마음을 다치고 아파하는 분이 많다. 아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다만 발언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이 안타까운 듯 “제가 (대선에) 도전하는 것도 대한민국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게 목적이다. 그런 입장에서 좀 더 따뜻한 이해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하는 제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안 지사가 사과한 것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최근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돌이킬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대연정 발언’ 논란 때와 달리 ‘선의 발언’은 야권 지지층 전반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며 ‘정체성’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였다. 안 지사로선 같은 ‘친노무현계’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한 것도 부담이었다. 안 지사 쪽 핵심 관계자는 “캠프 안에선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어제부터 있었지만, 안 지사 처지에선 바로 사과할 경우 오랜 경험과 고민에서 우러난 자신의 소신까지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사과 소식을 접한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마음을 잘 헤아린 (사과의) 말이라 생각한다. 안 지사가 통합을 강조하려다 말이 꼬이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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