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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희정 블레어’ vs ‘재명 샌더스’

등록 2017-02-08 20:27수정 2017-02-08 22:13

-민주당 2위 다툼 노선경쟁 치열-
“안희정은 블레어”
우클릭으로 중원확장에 사활
대연정론 등 보수색채 강화

“이재명은 샌더스”
좌클릭으로 열성층 결집 매진
기본소득 등 급진정책 봇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대담’에서 강연을 마친 뒤 청중을 바라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대담’에서 강연을 마친 뒤 청중을 바라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블레어 노선과 샌더스 노선의 싸움이다.”

정치평론가 출신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선 경선 ‘2위 다툼’을 “토니 블레어식 ‘확장 전략’과 버니 샌더스식 ‘응집 전략’의 충돌”로 규정했다. 안 지사가 지난 1997년 44살의 나이로 영국 총리가 된 블레어 전 노동당수를 전범 삼아 ‘우클릭’을 통한 중원 확장에 사활을 건다면, 이 시장은 지난해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샌더스 상원의원처럼 ‘좌클릭’을 통한 열성 지지층 결집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두 주자간 이념적·정책적 거리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안 지사는 8일 오후 보수단체인 한반도미래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 나가 ‘한-미 동맹 강화’와 ‘강한 군대 육성’ 등을 공언하며 보수층 설득에 공을 들였다. 같은 시각 이 시장은 사무금융노조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노동계 핵심 요구사항인 ‘성과연봉제 폐기’에 힘을 실었다.

추구하는 국정 방향도 차이가 뚜렷하다. 안 지사는 최근 논란을 빚은 ‘대연정론’과 ‘사드 재협상 불가론’ 등으로 보수색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이 시장은 ‘국정농단 책임 세력 척결’과 ‘사드 전면 재협상론’ 등 선명성 부각에 주력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사람은 성향, 메시지, 전략 모두 ‘상극’에 가깝다. 당내 경선과 상호 토론이 본격화하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안 지사의 최근 행보는 민주당의 전통 노선과 결이 다른 ‘실용주의 중도노선’에 가깝다. 블레어에 견줄 지점도 여기다. 안 지사가 ‘근로의욕 고취’와 ‘기업활동 장려를 통한 성장률 제고’, ‘취약계층 중심 복지’를 강조하는 것은 ‘효율성’과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대처리즘을 수용해 노동당의 전통 사회정책을 수정한 블레어식 실용주의와 유사하다. 최근의 ‘대연정론’ 역시 ‘좌·우파 경계 극복’을 표방한 블레어의 ‘제3의 길’을 연상시킨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특검 연장과 재벌수사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러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특검 연장과 재벌수사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러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반면 이 시장은 ‘부자증세’와 ‘재벌시스템 해체’, ‘기본소득 도입’ 등 당의 기존 노선보다 급진화된 정책 패키지로 지지층을 결집해온 경우다. ‘아웃사이더’, ‘변방으로부터의 돌풍’, ‘기득권과의 전쟁’ 등 이 시장을 특징짓는 단면들은 샌더스의 그것과 자연스레 겹친다. 무엇보다 이 시장과 샌더스는 ‘경제권력’을 집중 공격한다는 점에서 여느 정치인과 다르다. “삼성과 싸워 이길 유일한 대선주자”를 자처한 이 시장처럼, 샌더스도 “제네럴일렉트로닉스(GE)는 탐욕스러운 기업”이라며 거대 자본권력과 맞서왔다.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것도, ‘촛불집회’와 ‘오큐파이 운동’으로 상징되는 거리정치를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높인 것도 닮은 꼴이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상반된 이미지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안 지사의 바뀐 외양은 ‘블레어 스타일’을 의식한 기색이 다분하다. 안 지사는 지난해말부터 블레어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꼭 맞는 블레이저를 즐겨 입는 등 종래의 진중한 이미지 대신 ‘젊은 후보’로서 발랄한 느낌을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헐렁한 양복바지에 스니커즈를 받쳐신는 이 시장에게선 ‘패션 문외한’ 샌더스처럼 ‘시골 이장’ 분위기가 물씬 난다.

두 사람 모두 당내 경선은 넘어야 할 벽이다. ‘한국의 블레어’를 꿈꾸는 안 지사는 ‘대연정론’, ‘공짜밥 발언’ 등으로 전통 지지층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국 지지도에선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이 흐름이 당내 경선에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성공한 샌더스’를 지향하는 이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조직’과 ‘대세론’에 무너진 샌더스의 전철을 되밟지 않으려면, 이 시장에게도 선명성과 열정을 뒷받침할 ‘플러스 알파’가 절실해 보인다.

이세영 엄지원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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