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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황교안 출마’ 떠미는 보수의 막장극

등록 2017-02-02 22:26수정 2017-02-03 08:43

새누리, 반기문 하차에 위기감
“우리 당 후보로” 노골적 러브콜
황, 출마여부 입닫고 계속 관망

“탄핵정국 책임자, 염치없는 일”
야당은 물론 여권서도 비판 일어
대통령 탄핵심판에 따른 조기대선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이전엔 미처 겪어보지 못한 낯선 상황을 연일 마주하고 있다. 보수정당이 줄곧 유리했던 ‘정치판’에 유력한 보수 후보가 없는 것 자체가 전에 없던 일인데다, 10년을 해외에 머물렀던 유엔 사무총장이 ‘보수의 메시아’로 금의환향하는 장면도 어색했다. 그가 불과 3주 만에 ‘정치’를 욕하며 퇴장해 보수세력을 이른바 ‘멘붕’으로 몰아넣은 점도 그렇다.

하지만 이처럼 낯선 풍경은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보수세력이 후원하는 시청률 좋은 ‘막장 드라마’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출은 위기감이 극에 달한 새누리당이 맡았다. 탄핵에 책임이 가장 큰 ‘정당’이, 탄핵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박근혜 정부 ‘2인자’를, 탄핵으로 퇴출될 대통령의 ‘후임’으로 밀겠다고 나서는 황당한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2일 오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운데)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서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일 오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운데)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서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누리당은 반기문 전 총장 낙마 다음날인 2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인명진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황 대행이) 당을 선택한다면 우리 당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영입하겠다거나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선 후보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10% 남짓 나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탄핵에 도의적 책임이 있는 사람이 여당 후보로 나서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도 “경선 과정에서 당원이 판단해서 논의해 걸러질 문제”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완수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이날 “지역에 가보니 황 대행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기존 정치권에 실망해 깨끗한 정치인을 찾으려는 ‘황교안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런 ‘황교안 구애’는 야당뿐 아니라 범여권인 바른정당과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정치적 양심과 염치가 없는 일”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에스비에스> 라디오에 나와 “(황 대행의 출마는) 국정 혼란을 피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황 대행이 사퇴하면) 유일호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이렇게 된다. 국제적인 웃음거리”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도 “당의 인적 쇄신이나 반성 행보를 국민들이 인정해준 것도 아니고, 더구나 당이 반대했던 탄핵심판도 진행중”이라며 “이런데도 당이 황 대행에게 구애하는 것은 그저 권력을 놓는 게 두려운 양심 불량에 구태세력으로 비칠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미 너무 많은 대행이 탄생했다. 국정농단의 핵심에 황 대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실제 황 대행은 박근혜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에 발탁돼 검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저지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어 2015년 6월 국무총리에 임명돼 권한대행까지 맡은 현 정부 최장수·최고위직 인사다. 게다가 국무총리에 임명될 당시에도 두드러기(담마진)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경위 등에 의혹이 제기되며 자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속 시원하게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치지만 황 권한대행은 여전히 침묵 모드다. 그는 이날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달라는 요구에도 “국정공백 우려”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국회에 밝혔다. 출마 여부를 확실히 밝히라는 질문 공세를 피하려는 대응으로 풀이된다. 관가에선 그의 침묵을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뜻”이라고 우호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며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황 대행이 이미 정치 한복판에 들어와, 혼란이 증폭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확실한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업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야당도 ‘황 대행의 등장이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 야당에선 황 대행이 후보로 나오더라도 일부 강경보수의 집결 외엔 오히려 반 전 총장보다 확장성이 떨어질 것이란 평가가 많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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