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5일 전체회의를 열고 6개월간의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국회에 개헌특위가 가동된 것은 13대 국회 시절인 1987년 이후 30년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 특위는 원활한 의사진행을 위해 △입법·집행부 권력구조 및 개헌 절차 △법원·헌법재판소 권력구조 및 정당·선거제도 △기본권 및 통일·경제 △지방분권 및 재정 등 4개 소위원회를 꾸려 운영하기로 했다. 이주영 위원장(새누리당) 등 36명으로 꾸려진 특위는 이철우(새누리당)·이인영(더불어민주당)·김동철(국민의당)·홍일표(개혁보수신당)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

가장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는 곳은 권력구조 및 개헌 절차 소위다. 국민 여론에선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선호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반면, 국회 내 의견 분포는 여야를 막론하고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를 포괄한 분권형 개헌파가 다수다. 개헌 방향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선호 역시 변수다. 야권은 ‘분권형 직선 대통령제’ 개헌론자인 김부겸 민주당 의원을 제외하면 중임제 개헌론이 다수이고,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유승민 의원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6개월로 예정된 활동기간 동안 특위 안에선 권력구조 문제를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개헌의 시기와 범위 문제도 논쟁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날 첫 회의부터 여야는 특위의 운영 원칙과 논의 방향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지 모든 걸 다 해결해야겠다고 하면 결론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현안인 권력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해 새로운 헌법 하에 선거가 이뤄지도록 하자”고 말했다. ‘원포인트 조기개헌론’이다. 하지만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권력구조 등에 편중된 논의보다는 국민의 기본권이나 통일문제, 사회적 경제 등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맞섰고, 비교섭단체 몫으로 참여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이번 개헌이 일회용 원포인트 개헌으로 귀착되지 않고 30년간의 성찰과 반성이 모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기본권과 영토조항, 지방분권 문제까지 모두 아우르자는 ‘포괄개헌론’이다.

특위가 단일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치권에선 개헌 방향과 내용에 대한 인식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아무리 논의를 거듭해도 단일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특위는 2~3개의 개헌안을 마련해 국회 본회의에 제출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특위는 일단 사회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오는 19일 국회에서 1차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개헌특위 위원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헌법은 전문가 의견도 중요하지만 보통 국민들의 판단이 중요하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인과 동등한 자격으로 개헌 논의에 참여하는 길을 열겠다”며 ‘국민참여개헌법’(가칭)을 발의할 뜻을 밝혔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