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대세론에 반기문도 갓 압박
‘나홀로 반대’ 고립 위기감 커져
개헌 필요성 넘어 시기까지 못박아
문 쪽 “적절할 때 구체내용 밝힐 것”
‘나홀로 반대’ 고립 위기감 커져
개헌 필요성 넘어 시기까지 못박아
문 쪽 “적절할 때 구체내용 밝힐 것”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2018년 개헌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은 그동안 당 안팎의 ‘개헌론자’들이 자신을 겨냥해 짜고 있는 ‘개헌’ 대 ‘호헌’ 프레임을 돌파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개헌 논의가 불붙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당 안팎의 주요 정치인들이 ‘적폐 청산’의 방법으로 개헌을 꺼내들자 “헌법은 죄가 없다”(2016년 11월25일)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이 ‘권력구조 개편’에 방점이 찍힌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경우 촛불민심이 원하는 개혁의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이런 강경한 태도는 당 안팎에서 개헌론이 거세지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당내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부겸 의원은 물론,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며 개헌을 전제로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며 구체적인 개헌 일정을 내놨다. 문 전 대표 쪽 관계자는 “개헌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정략적 의도를 경계할 수밖에 없지만, 국민 여론은 물론 분출하는 정치권의 개헌 요구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겠느냐”며 “문 전 대표를 돕는 사람 중에서도 주도적으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이 시점에서 개헌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 한,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연대’가 더 강고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개헌은 필요하며 임기 단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개헌 논의에 적극 뛰어들 의지를 보였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개헌의 깃발 아래 국민의당, 반 전 총장, 새누리당 비박근혜계 신당까지 포괄하는 ‘빅텐트’를 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선된 뒤 개헌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문 전 대표를 연일 날선 언어로 공격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의 ‘개헌 보고서’에 대해 수십명의 의원이 집단 반발한 데서 드러났듯, 당내에선 개헌에 유보적인 문 전 대표에 대해 마뜩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비주류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문 전 대표 쪽 관계자는 “대선 공약으로 개헌 방안을 제시하고 차기 정권 임기 초반에 추진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만큼 적절한 시점에서 문 전 대표가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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