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황영철 의원이 26일 저녁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 최순실씨와 청문위원들이 앉은 배치도를 그려 공개했다. 이날 현장 청문회는 구치소쪽의 거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의왕/국회사진기자단 한겨레 강창광
”연녹색 수의엔 ‘628번’ 노란 명찰이 달려 있었다. “공황장애” “심신피폐” “재판중” 등의 이유를 들어 이달 초부터 5차례 진행된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던 그가 마침내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26일 오후 3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청문회에서 최순실씨는 “국민들에게 여러가지 혼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 “종신형을 받을 각오도 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죄송하다는 말뿐, 그는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청문회엔 김성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손혜원·박영선·안민석·김한정(이상 민주당), 황영철·장제원·하태경(이상 새누리당), 윤소하(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고향이 어디냐’는 첫 질문에 “서울”이라고 입을 연 최씨는 “너무 어지럽고 우울하고 심경이 복잡한 상태”라고 하면서도 발음은 또렷했다고 한다. 간간이 물을 마시며 청문회장에 쓰고 왔던 마스크를 벗어 들고 가만히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자, 최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씨는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냈냐고 묻자 “자신은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답했다. 삼성에도 후원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탁도 안 했는데 삼성이 왜 (정유라씨 승마 지원과 관련해) 돈을 줬냐’고 추궁하자 최씨는 “공소장에 나와 있으니 공소장을 보라”는 말로 대신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로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기소됐는데 인정했냐’는 질문에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청문회에서 최씨가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골프장 직원의 진술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씨는 김장자 회장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세월호 참사가 언제 일어났는지 날짜를 물으니 “언제인지 모른다. (나와) 연관시키지 말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고, 세월호 참사 당일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도 “어제 일도 기억 안 나는데 2014년 그 일이 어떻게 기억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정부의 내부 문서 파일이 대량 발견된 태블릿피시(PC)와 관련해 “나는 태블릿피시가 아니라 노트북을 썼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최씨가 ‘태블릿피시는 ‘워드’가 안 쳐지잖아요’라고 답했다. 이건 변호사한테 코치받은 답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독일에 8천억원에 이르는 차명재산이 있다는데 몰수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8천억원) 처음 듣는다. 있으면 몰수하세요”라고 받아쳤다.
그는 ‘언제부터 대통령 옷을 만드는 사무실을 운영했느냐, 옷값을 지불한 돈이 누구 것이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고, 김영재 의원에서 처방된 프로포폴을 모두 본인이 맞은 것이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김밥을 싸갖고 나왔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출입 여부에 대해서도 답변을 피했다. 김한정 의원은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모두 특검에 가서 얘기하겠다, 재판 진행중이라 얘기할 수 없다고 회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씨는 “딸이 걱정되느냐, 손자가 더 걱정되느냐”고 묻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본인 때문에 딸 정유라씨와 박 대통령 중 누가 더 상실감이 크고 누가 더 어려운 상황이 됐겠느냐”고 묻자 그는 울면서 “딸이죠”라고 답했다. 최씨는 딸의 부정입학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고개를 치켜들며 “왜 부정입학이냐”고 항의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의원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최씨는 정유라씨에게 부정입학 특혜를 준 것으로 밝혀진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에 대해서도 “입학하고 나서 알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자 “마음이 복잡하다”고 했고, “서운한 감정이 있느냐”고 하자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죽더라도 박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냐”는 질문에도 또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최씨가 계속 투덜대는 모습을 보이자, 박영선 의원이 “그동안 신나게 사셨잖나. 여기(서울구치소)서도 계속 특혜받고 있지 않냐”고 했더니 최씨는 “신나게 살지 못했다”고 맞받았다. 최씨는 구치소에서 특혜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자 “특혜 주면 큰일 난다. 내가 유명해진 사람이라 신경쓰는 것이지 내가 특혜 받는 것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마지막에 최씨와 악수를 했는데 손이 따뜻했다”며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 같아 신체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의왕/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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