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성사된 ‘비공개 청문회’-
위원들 ‘페이스북 라이브’로 상황 생중계
위원들 ‘페이스북 라이브’로 상황 생중계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최순실’을 만나러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하지만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과 불명예를 벗어나려는 의원들의 의지 역시 집요했다.
26일 아침, 최씨가 수감돼 있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특위 위원들이 도착하면서 일대는 긴장감이 흘렀다. 1997년 한보 비리 청문회 이후 19년 만에 열리는 ‘구치소 청문회’였다. 취재진이 ‘선착순 30명’으로 제한된 탓에, 전날 밤부터 입장권을 받으려 줄을 선 기자들도 있었다.
예고됐던 것처럼 최씨는 청문회 개회 시간을 넘겨도 나오지 않았다. 분개한 위원들은 “국민의 분노를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최씨를 만나고 가야 한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988년 5공 청문회 때도 감방 청문회를 했던 선례가 있다”며 장영자씨가 감방에 누워 있는 사진이 담긴 당시 신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국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의원들을 수감동으로 보내 청문회를 진행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30분께 수감동으로 들어간 위원들과 서울구치소 쪽은 신문 장면 영상·사진 촬영을 둘러싸고 1시간30분가량 대치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성태 위원장의 스마트폰을 빌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기도 했다. 이 방송을 보면, 박 의원은 “서울구치소는 지금 최순실 보호소”, “법무부와 그 ‘윗선’이 청문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구치소 쪽에서) 조금 전까지 무장 경력을 배치했다가 방송을 하자 사라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방송엔 닫힌 문 너머로 “최순실씨 나오세요! 숨어 있지 말고 나오세요!”라고 외치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씨를 촬영하지 않는 조건으로 비공개 신문이 끝났고, 김성태 위원장은 ‘깜깜이 청문회’와 관련해 “제대로 청문회를 실시하지 못해 국민들께 거듭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의왕/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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