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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야권 공조전선 지형변화…주도권 경쟁 예고

등록 2016-12-09 23:16수정 2016-12-09 23:29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로 ‘촛불 정국’ 이후 이어져온 야권의 공조 전선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두 당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의’ 앞에선 손을 잡았지만,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의 정치 일정에 대해선 어떤 사전합의도 이루지 못한 탓이다.

우선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에게 자진사퇴를 계속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 두 당의 기류가 미묘하게 엇갈린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의식해 ‘자진사퇴론’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최대 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어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걸 내려놓고 국민과 국회의 뜻을 받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무정지 사태로 빚어진 정국 불안과 리더십 부재를 조속히 해결하려면 대통령 자진사퇴 외에는 길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탄핵도 국회가 헌법과 법률의 틀 내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헌재가 좀더 일찍 결정을 내려달라는 촉구는 할 수 있지만 대통령에게 내려오라고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헌 문제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민주당 지도부가 헌재 결정이나 대통령 자진사퇴가 이뤄지기 전에는 개헌 논의 등으로 동력을 분산시켜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반면, 국민의당은 탄핵안이 가결된 뒤에도 개헌 논의를 봉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연말을 전후해 국회 개헌특위가 가동되면 김동철 비대위원장 등 국민의당 개헌파는 민주당 내 개헌세력과 손잡고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전 대표 등 민주당 주류를 포위하려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촛불 민심’을 의식해 공조 분위기를 당분간 유지하더라도 대선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는 순간 잠복했던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에서 반드시 자기 당 후보를 당선시켜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독자 완주’ 가능성이 높은 국민의당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국민의당의 처지에선 안철수 전 대표 등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외연을 확장해 대선 국면에서 독자생존 기반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선 두 당의 견해차가 크지 않아 보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황교안 대행체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지금은 혼란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한 때”라며 “(황 총리가) 촛불민심에서 분출된 개혁과제를 제대로 읽고 민심을 거슬러 독주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리 역시 국정농단의 ‘방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기간이 얼마가 되든 그에게 대통령의 막중한 권한을 위임해선 안 된다던 전날까지의 입장과 거리를 둔 것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황 총리가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경고하되, 총리를 교체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스탠스다. 오전 최고위에서 그렇게 논의했고 의총에서도 그렇게 결론이 모였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역시 탄핵안이 가결됐으니 황교안 대행체제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헌법 조항에 예외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황 총리마저 물러나게 할 경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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