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그동안 함께 맡아온 비상대책위원장직을 5일 내려놨다. 지난 6월 총선 홍보비 파동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의 공석을 메워 당의 임시 대표직을 맡은 지 5개월여 만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마지막으로 주재한 비대위 회의에서 “국정 위기 상황에서 운명의 날을 앞두고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물러난다. 탄핵열차 빈칸은 아직 많다. 친박·비박 가릴 것 없이 탄핵에 동참하라”고 새누리당을 향해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겸하며 원내 38석의 국민의당을 ‘감독 겸 원톱 공격수’로서 이끌어왔다. 자칫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었던 국민의당이 ‘제3당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박 원내대표의 노회한 정치력 덕분이란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하지만 지난 1일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전선’ 이탈로 애초 목표였던 ‘2일 탄핵안 가결’이 무망해지자, 정치적 득실을 견주며 지나치게 재고 머뭇거려 다른 야당과 ‘촛불 민심’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에 이어 신임 비대위원장에 오른 김동철 의원은 “그동안 국회의원으로서 여러 소신도 이야기했지만, 앞으로는 당의 명령과 당론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당을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4선의 김 위원장은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게 된다. 김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인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조기퇴진 의사를 밝힌 건 평가해야 한다. 퇴진 일정을 국회가 논의하자”는 발언으로 ‘탄핵을 포기하고 새누리당 비박계와 함께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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