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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야권 탄핵열차 재시동…‘9일 탄핵’까진 곳곳에 복병

등록 2016-12-02 21:57

대통령 ‘4월 퇴진’ 표명 여부 관건
비박 돌려세울 유인책 마땅찮아

‘촛불 얼마나 커지나’가 변수
“탄핵안 부결땐 새누리 강타”
“촛불만 기댈 순 없어” 우려도
야 3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일정에 합의하기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야 3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일정에 합의하기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야 3당이 2일 대표 회동을 열어 ‘9일 탄핵안 표결’ 방침에 합의하면서 흔들리던 야권의 탄핵 공조가 복원됐다. 새누리당 비박근혜계의 ‘전선 이탈’ 여파로 자중지란에 빠진 지 하루 만이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이란 고지에 이르는 길에는 도처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4월말 퇴진론’에 기운 비박계를 돌려세울 유인책이 마땅찮을뿐더러, ‘협상을 통해 퇴진 시기를 앞당기고 대선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야권 내부에도 적지 않은 탓이다.

애초 야권은 전날 국민의당이 절충안으로 제시한 ‘탄핵안 2일 발의, 5일 표결’ 방안도 검토했지만, 5일 표결을 위해선 본회의 일정을 따로 잡아야 하고, 이 경우 새누리당 의원들의 참여를 강제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점을 고려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9일로 ‘디(D)-데이’를 잡았다. 9일 표결을 확정한 이상, 발의 시점은 다음주 초로 미룰 수 있었음에도 ‘2일 발의’를 고수한 데는 3일 예정된 6차 촛불집회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탄핵안 발의조차 안 한 채 촛불집회를 맞았다가 촛불의 목적지가 청와대가 아닌 국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다.

탄핵안 표결까지 남아있는 일주일이란 기간 역시 야권에겐 부담이다. 그 사이 청와대와 친박계가 어떤 후속 조처를 내놓을지 알 수 없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이 요구한 4월말 사퇴 표명 요구를 거부한다면 문제는 간단히 풀린다. 이미 “7일 오후 6시까지 대통령의 응답이 없으면 탄핵에 참여한다”고 밝힌 새누리당 비박계로선 탄핵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는 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탄핵안은 가결 정족수(200명)를 넘겨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야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건의키로 한 ‘4월말 퇴진을 전제로 한 2선 후퇴’를 7일 이전에 전격 표명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비박계의 표결 참여 명분이 줄어들고, 야권은 가결에 필요한 새누리당 이탈표 28표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주말 촛불집회의 열기와 강도가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느냐다. 수도권과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한 비박계로선 촛불 민심의 규모와 강도에 따라 압박의 수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말 분위기를 확인한 비박계의 일부라도 탄핵 전선에 복귀한다면 야권으로선 탄핵안 표결에 승부를 걸어볼 여지가 생긴다.

문제는 비박계에 가해지는 압력의 강도가 탄핵과 관련한 입장 변화를 이끌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다. 야권의 지금 분위기는 부결을 무릅쓰고라도 탄핵안 표결을 강행한다는 쪽이지만, 그 후폭풍의 규모를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적 모험에 가깝다. 탄핵을 강행해 부결될 경우, 야권으로선 ‘촛불 민심’의 포화에선 벗어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최후의 무기’를 소진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후의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물론 야권 일각에는 “탄핵안이 부결돼도 나쁠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분노한 민심의 집중포화가 ‘탄핵 반대 세력’에 집중되면서 새누리당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소망적 관측’에 가깝다. 새누리당 역시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 조기 퇴진을 관철시켰다’는 명분으로 방어선을 치고 장기전 태세에 돌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탄핵안 부결에 대한 우려는 야권의 기류를 ‘협상론’으로 기울게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민주당과 국민의당 내부엔 ‘정치권이 무작정 촛불의 흐름에 얹혀갈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당장은 촛불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지만 계속 촛불에만 의존해 돌파구를 찾는 건 정치의 책임을 방기하는 거다. ‘탄핵안 부결 이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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