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ㅎ ㅇ ㅎ ㄹ 박근혜 대통령 헌정유린에 대한 청년발언대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청와대 단수’ 발언을 두고 새누리당이 맹공을 퍼부은 24일, 서울지역 한 의원은 “추 대표에 대한 바닥 정서가 너무 안 좋다. 불필요한 ‘설화’가 잇따르니 당원들이 불안해하는데, 이 분위기가 의원단까지 번지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당내에는 “공조직의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되는 거냐”, “박근혜 덕에 잠잠한 거지, 과거 같으면 연판장이 몇번은 돌았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돈다.
추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공동출정식’에서 “대통령이 얼마나 뻔뻔한지 청와대에서 장기 농성전에 들어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살수차에 물을 끊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 식수를 끊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는 발언으로 새누리당의 반발을 불렀다. 추 대표는 이 행사에서 박 대통령 탄핵 추진과 관련해 “새누리당에 구걸해서 표가 적당히 모였다고 덜컥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부역자 집단의 당 대표를 지낸 분”이라고 비난했다. 당내에선 원내지도부가 새누리당 비박계와 ‘탄핵 공조’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꼭 그렇게 날선 공세를 펼쳐야 했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추 대표는 지난 18일 “박 대통령이 계엄령까지 준비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추 대표 쪽은 “심각하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김민석 특보단장은 “발언을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수’ 발언은 현장 분위기를 띄우려다 나온 ‘해프닝’에 가깝지만, ‘탄핵표 구걸’이나 ‘계엄령 준비’ 같은 발언은 혹시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한 제1야당 대표의 ‘경고’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추 대표 주변에선 “에스엔에스(SNS) 반응은 다르다”는 반박도 나온다. 대중과 지지자들은 오히려 추 대표 발언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 대표 쪽의 이런 반응 자체가 ‘정치적 조급증’을 드러내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대표는 게임메이커가 돼야 한다. 공격수 역할은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맡겨도 되는데, 대중의 즉각적인 반응에 매달려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당 대표)가 ‘연주자들’(지도부·의원·당원)이 아닌 ‘객석’(지지층과 대중)과 눈을 맞추며 지휘를 하면 제대로 된 하모니가 나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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