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더불어민주당의 의원과 당원들이 12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빚어진 국정공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가 ‘조건부 단계적 퇴진론’을 내걸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날 대회에선 공식 발언 때 ‘하야’ ‘탄핵’ 등의 단어 대신 2선 후퇴를 의미하는 ‘퇴진’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유발언대에 선 전·현직 의원 등의 입에선 ‘하야’ ‘탄핵’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청계광장 무교동 사거리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규탄대회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우상호 원내대표·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문희상 상임고문·이해찬 의원 등 당 원로들, 문재인 전 대표·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성남시장·김부겸 의원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이 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목도리를 두르고 총출동한 가운데 열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폭발 직전인데 ‘민주당 입장은 너무 조심스럽고 신중하지 않느냐’며 국민들이 답답해한다”고 입을 뗀 뒤 “민주당의 입장은 초지일관 확고하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지금 많은 국민들이 생업을 접어두고 어르신, 아이들 할 것 없이 나라 걱정에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력을 회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바로잡는 것은 박 대통령부터 (국정에서) 손 떼게 하는 것”이라며 “이 정도 요구도 듣지 않는다면 양심도 없는 사람이다. 계속 청와대에서 버틴다면 민주당은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이석현 박근혜·최순실게이트 공동조사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국민 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라고 했는데, 대통령은 ‘내가 이렇게 나쁜 대통령이었나 반성했다’고 국민에게 속죄했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오늘 밤 100만 촛불을 외면하지 말라. 이제 민심이 떠났으니, 박 대통령도 직무에서 떠나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날 규탄대회 1부에서 자유발언 첫 주자로 나선 안민석 의원(박근혜·최순실게이트 공동조사위원장)은 “박 대통령에 대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내란죄로 수사하고, 대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대기업들의 삥땅을 친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호 의원은 “박 대통령은 ‘최순실 실세 대통령’의 국정농단 때문에 그만둬야 하는 것은 물론, 생떼 같은 아이들 수장시킨 저 7시간 수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우리가 추천하는 국무총리가 들어가는 그날이 박근혜가 퇴진해야 하는 날이다. 이도 저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 하나.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이 시대 참 민간인”이라는 소갯말로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섰다. 정 전 의원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되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암기해 읊은 뒤 “박 대통령은 이처럼 헌법을 위반한 ‘반헌법 사범’이기 때문에 즉각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당 통합으로 ‘친정’ 민주당으로 돌아온 김민석 전 의원도 “국민은 방 빼라 하는데 청와대와 대통령은 안 나간다고 한다”며 “어차피 지난 4년 동안 허수아비 의전 대통령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는 게 뭐가 문제냐.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 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민주당의 규탄대회에는 의원과 당원 등 3만명이 동참했다. 의원들과 당원들은 규탄대회를 마친 뒤 저녁 7시3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범국민행동)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